광고닫기

[사설] 전국 법원장 의견 다 무시하고 ‘사법 3법’ 강행할 참인가

중앙일보

2026.02.25 07:2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전국의 법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3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어제 오후 다섯 시간가량 이어진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등 참석자 43명은 “사법부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 부의는 심각한 유감”이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통상 정치권력과의 충돌을 극도로 자제해온 사법부가 이 같은 의견 표명에 나선 것 자체가 법왜곡죄 도입법과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 3법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강행 처리한다면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법원장들이 모여 민주당 법안에 대해 사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9월과 12월에 이어 세 번째다. 법원장들은 회의 직후 공개한 결의문에서 재판소원 제도에 대해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원·헌법재판소·국회·정부 등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사법 후진국으로 갈 수도 있는 길목”이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는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법치주의가 후진하는 것으로 후대에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 법원장들은 일단 네 명을 늘린 뒤 추가로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다. 반면에 민주당은 대법관 정원을 현재보다 12명 늘어난 26명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 정권에 우호적인 대법관 숫자를 대폭 늘려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이렇게까지 사법 3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도 민주당이 강행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법왜곡죄 도입법의 경우 민주당이 위헌 논란을 의식해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고 하지만, 법안의 본질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오늘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를 시작으로 사법 3법을 순차적으로 통과시킬 계획이다. 시급한 민생 법안도 아니고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법안을 민주당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