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를 준비 중인 국민투표법 개정안 중 선거 관리와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형사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국회 사무처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입법”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국민투표 과정에서 선관위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신뢰 훼손을 목적으로 사전투표·국민투표 및 개표에 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국민투표자유방해죄)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 담겨 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기 전날인 지난 23일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형법상 행정기관 업무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행위를 처벌하는 입법례는 찾기 어려우며, 공직선거법에도 유사 입법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조항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처벌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여당 행정안전위원들이 발의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비롯됐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공직선거법에 담긴 허위사실 유포 처벌 조항을 그대로 반영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행안위에 올라온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검토해 지난해 7월 발행한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 보고서도 특정 사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법률은 국가보안법과 5·18 민주화운동법 정도라 지적하며 “선거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유해성과 처벌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취했다.
야당과 학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거 부실 관리만 주장해도 처벌하는 선거독재 입틀막 공포 국가를 만드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성향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기에 더 자유로운 토론이 오가야 한다”며 “음모론은 처벌이 아닌 공론장을 통해 걸러져야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미 법사위까지 통과한 해당 처벌 조항을 본회의 통과 전에 수정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여당 내 분위기다. 행안위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헌 촉구 국민결의대회에 참석해 “이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확실히 넣어야 할 때가 됐다”며 “역사적인 3·1절에 (본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각 당에서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특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지난 2일 임시국회 개회사에서도 5·18 등 민주주의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국회의 비상계엄 승인권 등 최소한의 여야 합의 사항만이라도 담아 개헌의 문을 열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