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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73년만에 손질…산업스파이도 ‘최대 사형’ 가능

중앙일보

2026.02.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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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기밀과 첨단기술을 적국뿐 아니라 외국 등으로 유출한 행위까지 처벌 범위를 넓히는 이른바 ‘간첩법’ 개정안이 법 제정 73년 만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 간첩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하면서 표결은 미뤄졌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토론을 종결한 뒤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적국’에서 ‘외국·준하는 단체’로 확대

현행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적국을 위하여 적국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로 구체화했다.

또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하여 외국 등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 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북한뿐 아니라 우방국을 포함한 외국으로 국가 기밀이나 첨단기술을 유출한 경우에도 간첩죄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에 준하는 단체’라는 문구를 명시함에 따라 외국 기업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산업 스파이 행위도 처벌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1953년 제정 후 첫 손질

간첩죄 조항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6·25 전쟁 직후 제정된 만큼 적용 대상은 북한을 상정한 ‘적국’으로 한정돼 왔다.

그러나 냉전 체제 종식 이후 국제 정세가 다변화하면서 적국 개념이 모호해졌고,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폭넓게 규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유출 대상이 적국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그동안 현행법상 적국으로 범위가 제한돼 제3국으로의 기밀·핵심기술 유출은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해 국내 한미 군사시설과 주요 국제공항에서 전투기 사진을 촬영하다 적발된 10대 중국인은 간첩죄가 아닌 형법상 일반이적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2024년에는 국가핵심기술인 삼성전자 D램 공정 기술을 부정 사용해 20나노 D램을 개발한 혐의로 중국 반도체 기업 ‘청두가오전’ 대표와 개발실장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산업기술보호법의 법정형은 15년 이하 징역으로, 간첩죄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 공방 속 22대 국회 급물살

북한을 위한 유출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간첩죄 적용이 어려운 현실을 두고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0년대 들어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졌고, 21대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민의힘은 당시 여당이던 시절 간첩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처벌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법원행정처의 우려 등을 감안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한다.

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김병기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개정안 처리를 요청했고, 같은 해 12월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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