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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영 강습해놓고 "수중 언어치료"…아동 악용 '실손 사기극'

중앙일보

2026.02.25 12:00 2026.02.2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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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달장애 아동 지원센터에서 미술치료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중앙포토
수도권에 있는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발달 지연 때문에 찾아온 다섯 살 아동에 언어치료·신경발달중재치료를 진행했다. 치료를 1년 넘게 이어간 뒤, 어휘력 평가 등에선 '정상'과 '평균 이상' 평가가 내려졌다. 하지만 정상 발달이 확인된 뒤에도 진단명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이 아동은 8개월 넘게 병원을 더 오가며 필요 없는 치료를 계속 받았다.

또래보다 언어·학습능력 등이 떨어지는 아동 등을 위한 발달지연치료 곳곳에 구멍이 났다. 의료기관 부설 아동발달센터의 고가 비급여 청구 등이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됐지만, 고무줄 치료비와 불법·비전문 기관 운영 같은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과잉 진료 등이 반복되면 국민 의료비를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중앙일보가 손해보험사 5곳(메리츠·삼성·현대·KB·DB)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달지연으로 지급된 실손 보험금은 2022년 1165억원에서 지난해 1660억원으로 3년 새 43% 증가했다. 특히 1·2차 의료기관(의원, 병원, 종합병원) 진료에 대한 보험금이 크게 늘었다.

아동 발달지연은 조기 진단·개입을 통한 적극적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진료비 급증 배경엔 환자 증가뿐 아니라 불필요한 치료를 부추기는 일부 의료기관이 깔려 있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데도 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해 치료를 이어가거나, 전문 과목이 아니라 잘 모르는데도 치료에 뛰어드는 식이다.
김지윤 기자
언어치료·신경발달중재치료 등은 기본적으로 의료인이 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 허점을 이용해 뇌상담사 같은 민간 자격자의 수업 등을 의료인이 한 것으로 꾸며 실손 청구를 하곤 한다. 의료기관 부설센터와 일반 사설 센터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같은 사람이 동일한 치료를 하되, 실손 가입 여부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신경외과 병원은 수영 강사가 진행한 수영 수업을 의사·작업치료사가 시행한 수중언어치료로 바꿔 치료 일지에 기재했다 들통이 났다. 의료·비의료의 영역 구분이 흐릿한 걸 악용할 여지가 큰 셈이다.

신의진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소아정신과를 수련하지 않은 의사가 비의료인을 고용해 아동발달센터를 운영하는 건 의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과잉진료 등으로 왜곡된 시장을 그냥 두면 아이들을 고생시키면서 돈은 돈대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영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임의로 치료를 진행하면 오히려 발달 지연 등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경기도 A의원은 지난해 9월 다섯 살 여아 대상으로 하루에 신경발달중재치료를 두 차례 진행하면서 각각 17만원, 1만원을 받았다. 치료사만 다르고 똑같은 치료인데도 17배 차이가 났다. 실손 적용이 불가능한 민간 자격자의 치료는 싸게 매기고, 보험 청구가 가능한 의료인 치료의 가격은 올린 셈이다.

지난달 인천의 한 의원은 다섯 살 남아에게 40분 개인 언어치료비로 1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여럿이 참여하는 10분짜리 그룹 언어치료엔 오히려 7만5000원을 매겼다. 의원에서 일하는 30대 언어재활사 B씨는 "이른바 '사짜'로 불리는 비전문 인력이 대거 유입되고, 피부과·성형외과 등 전문 분야가 아닌 병·의원도 실손 적용을 노리며 뛰어드니 발달치료 시장이 혼탁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의료기관 자격이 없는 '사무장 병원' 등도 꾸준히 적발된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지자체·건강보험공단이 2024년 12월~지난해 8월 아동발달센터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57곳을 기획 조사했다. 현장 조사 등을 거쳐 7곳은 '혐의 있음' 결론이 났고, 한 곳은 조사를 거부했다. 이들 8개 기관에 수사 의뢰가 진행됐다. 법 테두리 밖에 있는 발달치료 기관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체계적 관리까진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2월 열린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언어치료를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치료가 늘어나면 선량한 건강보험·실손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관리급여에 포함해야 가격·횟수 등을 제한할 수 있고, 진짜 필요한 사람만 치료를 받으니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관 부설 아동발달센터 허가제 도입, 치료기록 작성 강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종훈.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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