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이 유명한 대사는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요. 그 인지도는 일본보다 높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나카야마 미호(中山美穂)가 연기한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渡辺博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약혼자에 대한 그리움을 새하얀 눈밭에 쏟아냅니다.
하지만 이런 연애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이 돼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연애는 돈과 시간 낭비다” “결혼을 생각하는 상대만 사귄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늘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연애 상대를 찾는 것을 ‘렌카쓰(恋活·연애 활동)’,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을 ‘곤카쓰(婚活·결혼 활동)’라고 부릅니다. 최근에는 렌카쓰도 곤카쓰도
‘코스퍼’(‘코스트 퍼포먼스’의 줄임말. 한국의 ‘가성비’), ‘타이퍼’(‘타임 퍼포먼스’의 줄임말)를 중시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죠.
“지금까지 사귄 5명의 남자 중 4명은 앱으로 만났다”는 A씨(28)를 만났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명문 고등학교,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대형 금융회사에 다니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 출생)입니다.
인터뷰 중 여러 번 ‘스트레스 없는’ 연애와 결혼을 강조한 그는 “멜로 영화는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고 하더군요.
“연애는 효율적으로…결혼 안 할 거면 왜 만나요?”
A씨는 현재 두 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약혼 중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6개월 이내에 결혼할 계획입니다.
“저는 처음 사귄 사람을 제외하고 계속 매칭 앱으로 사귈 사람을 찾았어요. 지금 남자친구가 네 번째예요.”
A씨가 그와 만난 건 2022년 여름이었습니다. 매칭 앱에서 서로 ‘좋아요’를 누른 뒤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열 번 이상 메시지가 이어지면 라인(LINE) 연락처를 교환한다”는, A씨가 스스로 설정한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이후 라인으로 연락하다 1~2주 만에 오프라인으로 만났고, 드라이브 데이트 등으로 세 번 만난 후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약 3년의 교제 기간을 거쳐 마침내 약혼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대학 1학년 때 앱을 쓰기 시작한 이후, 사귀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사람을 포함해 30~40명을 만난 끝에 ‘운명의 사람’을 찾은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바라는 조건을 체크해 나가는 거예요. ‘수모(suumo)’ 같은 거예요.” ‘수모’는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검색 앱입니다. 방 크기, 역에서의 거리, 월세 등 세세하게 조건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좁힐수록 내가 찾고자 하는 물건을 발견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조건 중에는 ‘결혼할 상대를 찾고 있다’는 항목도 있었다고 합니다. A씨도 “사귀는 거라면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상대가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애써 관계를 쌓아가는 거라면 결혼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효율적으로 끝내고 싶다는 거죠.” 연애보다는 회사 업무 스킬을 향상시키거나 게임, 동영상 보기, 취미 활동 등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리쿠르트브라이덜종합연구소가 20~40대를 대상으로 2023년 실시한 ‘연애·결혼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생각하는 상대가 아니면 사귀지 않는다”고 답한 20대 비율은 각각 남성 34.6%, 여성 44.3%에 달했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2017년과 비교하면 남성은 10.9%포인트, 여성은 6.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에 비해 40대는 남성 22.4%(2017년 대비 2.2%포인트 증가), 여성 24.9%(2.9%포인트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 조사에서 “연애는 시간과 돈의 낭비다”고 답한 비율은 모든 세대에서 2017년보다 증가했습니다.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20대 남성으로 23.7%(2017년 대비 6.3%포인트 증가), 20대 여성은 19.4%(7.2%포인트 증가)였습니다.
모리 나오코(森奈織子) 리쿠르트브라이덜종합연구소 소장은
“연애는 돈이나 시간을 들여도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며, 코스퍼·타이퍼가 안 좋은 비합리적인 것이라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다”며 “단순히 연애하는 것에 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연애한다면 결혼이란 목적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갖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A씨는 왜 앱으로만 연애·결혼 상대를 찾기로 했을까요? 일본에서는 얼마나 많은 남녀가 A씨처럼 매칭 앱으로 만나 결혼을 하고 있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역대 최다인 945만 9600명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요. 한국 언론의 유일한 일본인 기자인 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이 여행 등 단기 체류로는 접할 수 없는 일본인의 삶과 속마음을 생생하게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