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타국과 비교해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이를 ‘국뽕’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한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타당한 경우라면 그저 재미있는 유행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종종 도가 지나쳐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한 발 더 나가 자국을 사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타국을 비난하는 행위도 공공연히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 정보의 전파 속도가 느렸던 과거에는 찻잔 속의 물결처럼 그저 그런 가십 정도로 지나가고는 했다. 하지만 이제는 네트워크로 세계가 실시간 연결되다 보니 국가 간, 엄밀히 말해 국민 간 감정 대립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고의로 갈등을 유발하려는 소수의 조작과 선동을 추가할 때는 감정의 골이 더욱 증폭된다. 확고한 팬덤을 인기의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연예 분야에서 그런 경향이 많다.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군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단 군비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나라는 자국군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설령 과거에 비참한 패전의 아픔을 겪은 나라라도 지금은 강군이라고 자부한다. 물론 이런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전시가 아닌 한 국가의 위신이나 국민의 사기 진작 차원을 위해서라도 우리 군이 약체라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자국군이 보유한 무기, 특히 그것이 국산이라면 일단 찬양의 대상이 된다.
온라인에서 자국산 무기가 최고라는 네티즌의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 무기는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는 한 정확한 성능을 알 수 없다. 지난해 5월의 인도·파키스탄 분쟁 중 있었던 공중전은 그동안 저평가 받던 중국산 전투기와 유도 무기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간 사례다. 12월에 벌어진 태국·캄보디아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태국에 공급한 T-50TH가 인상적인 전과를 남겨 역시 톡톡한 선전 효과를 누렸다.
이 같은 실전 기록이 없다면 일단 공개된 지표와 훈련 성과로 판단하는데, 여기에 더해 해외에 얼마나 판매됐는지도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폴란드군 퍼레이드에 대거 등장한 K2 전차, K9 자주포, K239 다연장로켓을 보고 한국인이 국뽕을 느낀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반면 자국산 무기가 경쟁작과 달리 실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상이나 해외 판매 기록이 없으면 샘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K9 자주포를 면허 생산한 방산협력국이면서도 종종 경쟁을 벌이는 인도가 대표적이다. 모디 정부의 모토인 ‘Make in India’에서 보듯이 인도는 제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최대의 무기 도입국이어서 국산 무기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당장 불가능하면 직도입보다 기술을 이전받거나 면허 생산을 선호한다. 동시에 자국산 무기의 수출에도 열심인데, 아무래도 인도 제조업의 경쟁력이 낮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2022년 필리핀에 5000억 원 규모의 브라모스 순항미사일 판매에 성공했을 때 국가적인 경사로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당연히 인도 네티즌이 자랑하고 나섰는데 너무 국뽕이 지나쳐 무조건 모든 인도산 무기가 세계 최고라며 경쟁 무기를 폄훼했다. 문제는 여기에 언론도 가세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 간에 설전이 오고 간 경우까지 있었다. 2023년 최종 결정된 말레이시아의 경전투기 도입 사업이 그런 사례다.
당시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가 우리나라의 FA-50과 인도의 테자스였다. 그런데 경쟁 기간 중 인도는 네티즌은 물론 언론도 앞장서서 테자스가 최고이므로 이미 채택된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모두가 알다시피 FA-50이었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한 인도가 엄청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지 않아 분노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직접 경고하기에 이르렀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이처럼 악연(?)을 겪었던 한국과 인도가 최근 프랑스의 다연장 로켓 도입사업을 놓고 다시 경쟁 중이다. 우리나라의 K239 천무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가 도입하거나 공급 계약이 이루어진 걸작이고 인도의 피나카도 아르메니아에 수출이 성사된 나름 성공작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양국 정부와 관련 기업의 노력과 별개로 한국·인도의 네티즌은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다.
한국의 네티즌은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고, 피나카가 최고라고 주장하는 인도의 네티즌 중에서도 수출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의견이 많다. 한마디로 되면 좋지만, 탈락해도 아쉽지 않다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사업을 상기하면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양측 네티즌 모두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프랑스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구멍 난 다연장 로켓 전력을 즉시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5년 현재 세계 2위의 무기 수출국인 프랑스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면 다연장 로켓은 충분히 자체 조달이 가능한 무기다. 하지만 필요 수량이 10여 문에 불과하고 전력 공백도 커서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현실적으로 이를 가장 빨리 납품할 수 있는 후보가 천무와 피나카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와 인도에게 프랑스는 오랫동안 많은 무기를 공급해준 나라다.
따라서 한국이건 인도건 역으로 그러한 나라에 국산 무기를 수출한다면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부정적 기류가 흐르는 이유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양국 네티즌의 입장이 각론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원론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동안 보여준 프랑스의 행동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벌어진 모습이다. 한마디로 프랑스와의 거래가 마뜩하지 않다는 의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국가는 유럽산 무기로 무장하자고 공개 주장한 것처럼 일단 우리나라 네티즌은 프랑스를 한국의 무기 수출을 대놓고 방해하는 대상으로 본다. 더해서 체코 원전 사업에서 지저분하게 발목을 잡고 고속철도 도입 당시 약속했던 기술 이전 등을 거부했던 기억 때문에 프랑스를 불신한다. 또한 인도가 라팔을 도입한 대가로 피나카 구매가 확실하니 굳이 경쟁에 가격 협상을 위한 들러리로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 의견을 낸 인도 네티즌의 생각도 비슷하다. 최근 인도가 프랑스로부터 구매한 무기가 300억 달러 이상인 반면 피나카는 30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기에 프랑스의 구매해도 단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래서 프랑스가 피나카를 사들여도 기술 제공을 하지 말아야 하고 임의 개조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팔의 소스 코드처럼 인도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프랑스에게 당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나온 의견이다.
오히려 피나카가 프랑스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제공될 수도 있으니 수출 차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군사적으로 인도에게 러시아는 최고의 우방이므로 해가 되지 않도록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건 인도건 국산 무기에 대한 자부심이 커도 알아본 것처럼 이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는 것은 무기 거래가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다. 과연 프랑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