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캡틴 완장을 차고 최전방에 나섰지만 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반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45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에이스' 손흥민(LAFC)의 교체를 두고 현지가 술렁이고 있다.
LAFC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1라운드 2차전에서 레알 에스파냐(온두라스)를 1-0으로 제압했다. 1차전 대승을 묶어 합산 스코어 7-1로 여유 있게 2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이날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완승의 기쁨보다 손흥민의 이른 교체였다.
이날 3-4-3 포메이션의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결장한 주전 골키퍼 위고 요리스를 대신해 주장 완장까지 차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손흥민의 몸놀림은 무거웠고, 상대의 밀집 수비에 철저하게 고립됐다.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으나 전반 45분 동안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볼 터치는 '0회'였고, 파이널 서드 지역을 향한 패스 역시 5회에 불과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이 전반전 직후 손흥민에게 양 팀 선발 중 최하점인 6.1점을 부여할 만큼 혹독한 전반전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장면은 하프타임 이후 벌어졌다. 반전을 노려야 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은 벤치로 물러났다. 또 다른 핵심 공격수 드니 부앙가 역시 함께 교체 아웃됐다. 부상 등의 특별한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팀의 상징과도 같은 에이스가 45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나자, 팬들과 현지 매체들의 의구심이 증폭됐다.
앞서 인터 마이애미와의 개막전에서도 교체 사인을 받고 벤치로 향하며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던 손흥민이기에 논란은 더욱 불타올랐다.
팀의 핵심 자원 두 명이 동시에 빠지며 파장이 커지자 마크 도스 산토스 LAFC 감독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산토스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과 부앙가는 애초에 전반 45분 출전만 계획되어 있었다"라며 즉흥적인 문책성 교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산토스 감독은 "두 선수 모두 프리시즌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고 실전 감각과 경기 리듬을 서서히 되찾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과 합의된 치밀한 로드맵이었다는 뜻이다.
[사진]OSEN DB.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칼교체는 에이스를 보호하기 위한 구단의 배려다. 산토스 감독은 이미 경기 전부터 손흥민의 몸 상태를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전 기자회견에서 과거 손흥민의 부상을 언급했던 자신의 실언을 직접 정정하며 "복귀 첫날 종아리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을 뿐, 지금은 100%에 가까운 몸 상태다. 시즌을 최상의 상태로 시작하기 위해 출전 시간을 신중하게 조절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LAFC의 시선은 이미 당장의 1승을 넘어 기나긴 시즌 전체를 향해 있다. 1차전 원정에서 6-1 대승을 거두며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확정되었던 상황에서, 굳이 핵심 자원인 손흥민을 무리하게 기용해 체력을 소진할 이유가 없었다는 계산이다. 리그와 컵대회,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에이스의 컨디션 관리가 곧 팀의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45분 교체는 '굴욕'이 아닌 에이스를 향한 철저한 '관리'로 판명 났다. 하지만 전반 내내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꽁꽁 묶였던 아쉬운 경기력은 분명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철저한 출전 시간 관리 속에서 서서히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손흥민이 다음 경기에서는 특유의 폭발적인 움직임을 되찾으며 자신을 향한 우려를 지워낼 수 있을지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