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2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스타디오 디 베르가모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아탈란타에 1-4로 참패했다.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의 8능선을 넘었던 도르트문트였다. 하지만 적지에서 열린 2차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합산 스코어 3-4로 충격적인 대역전을 허용하며 유럽 무대 여정을 플레이오프에서 조기 마감했다.
출발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 전반 5분 만에 잔루카 스카마카에게 선제골을 헌납하며 흐름을 내준 도르트문트는 전반 종료 직전 다비데 자파코스타의 굴절된 슈팅에 추가골까지 얻어맞았다. 도르트문트의 수비 집중력은 원정의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 완전히 무너졌고, 순식간에 합산 스코어는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원정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아탈란타의 기세는 후반에도 멈추지 않았다. 후반 12분 마르텐 더 룬의 크로스를 마리오 파샬리치가 헤더로 꽂아 넣으며 기어이 합산 스코어를 3-2로 뒤집었다. 벼랑 끝에 몰린 도르트문트는 후반 30분 카림 아데예미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다시 합산 스코어 3-3 균형을 맞췄다. 16강 진출의 무게추가 다시 도르트문트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경기 막판 추가시간에 찾아왔다. 아탈란타의 니콜라 크르스토비치가 텅 빈 골문을 향해 헤더를 시도하는 순간 끔찍한 장면이 연출됐다. 도르트문트의 수비수 라미 벤세바이니가 뒤에서 공을 걷어내기 위해 뻗은 '하이킥'이 그대로 크르스토비치의 안면을 강타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크르스토비치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얼굴에 피를 쏟으며 긴급 치료를 받아야 했다. 비디오 판독(VAR) 결과는 명백한 페널티킥 선언이었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었던 벤세바이니는 무모한 파울로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판정에 흥분한 도르트문트 벤치도 이성을 잃었다. 거칠게 항의하던 교체 명단의 니코 슐로터벡이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고, 스태프 중 한 명까지 쫓겨나며 순식간에 3명이 퇴장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키커로 나선 라자르 사마르지치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이번 대참사의 원흉으로 전락한 벤세바이니를 향한 현지의 비판은 상상을 초월한다. '더 선'은 경기 후 "벤세바이니의 끔찍한 하이킥이 도르트문트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며 그의 기량 저하를 강도 높게 꼬집었다.
매체는 "한때 리그 최고의 레프트백 중 한 명으로 꼽히던 그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수비 위치 선정은 매번 엇박자를 냈고, 치명적인 판단 미스로 팀의 유럽 대항전 탈락에 쐐기를 박았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벤세바이니의 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묀헨글라트바흐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큰 기대를 모으며 입성했지만, 잦은 부상과 급격한 폼 저하로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태였다.
이번 시즌 내내 불안한 수비력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던 벤세바이니는 가장 중요한 단두대 매치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파울을 범하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더 선'은 "벤세바이니의 이번 퇴장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예견된 참사였다. 그는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 수비수로서의 평정심을 전혀 유지하지 못했고, 이는 그의 폼이 얼마나 바닥을 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기량 미달의 선수가 쏘아 올린 촌극 하나에 한 시즌의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
경기 내내 기대득점(xG) 2점대 중반을 기록하며 상대를 압도한 아탈란타는 극적인 역전승과 함께 아스널 혹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16강 빅매치를 준비하게 됐다. 반면 다잡았던 16강 티켓을 허공에 날린 도르트문트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났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