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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본회의 30분 전 ‘법 왜곡죄’ 수정한 이유는 ‘장애인 판결’

중앙일보

2026.02.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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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법’으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124명 참석자 중 77명이 찬성해 고친 수정안을 올린다. 의총 참석자 과반이 넘는 의원이 전날 본회의 상정 30분 전 방향 선회에 찬성한 데에는 변호사 출신 김남희 의원의 ‘장애인 판결’ 소개가 주효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전날 의총에서 “법 왜곡죄는 법률적으로 규정된 의미와 헌법적 의미를 토대로 판사가 양심껏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며 2019년 ‘투렛증후군’ 환자가 장애인으로 인정받은 판결 사례를 들었다고 한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장애 유형으로 열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선 기각됐지만 2심에서 인용된 끝에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였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한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투렛증후군은 경련(틱) 증상을 보이는 신경학적 질병으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5년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음을 일으키는 바람에 공동 주택에서 생활할 수 없어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 이사할 정도였다.

당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는 지체·시각장애 등 15가지 유형만 장애 등록 사유로 열거했다. 이에 원고는 행정 소송을 진행했는데 1심은 “입법자의 재량”을 이유로 이를 기각한다. 하지만 2심에서는 “법률의 위임 취지를 일탈해 행정입법을 설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019년 “원고의 장애가 일상 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음에도, 시행령 조항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부 처분하는 건 위법하다”고 선고했다. 이 판결은 2021년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개정까지 이끌어냈다.

김 의원은 이를 소개하면서 “특정 조문을 해석할 수 있는 범위는 무궁무진하고, 구체적인 상황과 개개인의 삶을 고려해 (판사) 당사자가 생각하는 가장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법 왜곡죄가 시행되면 조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판결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자유토론 뒤 거수투표를 통해 법 왜곡죄 수정안을 당론으로 의결했다. 법 왜곡죄의 적용 대상을 ‘사건’에서 ‘형사 사건’으로 제한하면서, 위 사례처럼 행정소송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대폭 줄였다. 이 밖에도 1항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엔 “합리적 범위 내 재량적 판단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하고, 범죄 사실을 자의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3항에선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삭제해 범죄 성립 범위를 좁혔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럼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경파의 반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 25일 수정안이 상정된 뒤 “불특정 다수에 피해를 야기하는 공익소송, 집단소송, 주주이해관계 소송 등에도 법 왜곡이 우려되는데, 민사·행정소송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뭔가”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법사위 간사도 “지금이라도 법사위와 다시 상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재수정을 하라”고 주장했다.



강보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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