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을 대거 공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성폭행 의혹과 관련된 핵심 자료 일부가 빠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법무부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수백만 페이지 분량의 엡스타인 사건 문서에는 1980년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의 연방수사국(FBI) 인터뷰 기록 일부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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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인터뷰 중 1건만 공개
해당 여성은 엡스타인이 체포된 직후인 2019년 7월 FBI에 출석해, 자신이 13~15세이던 1980년대 중반 엡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목차에 따르면 FBI는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이 여성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각각 요약본과 진술 메모를 작성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첫 번째 인터뷰 요약본 1건만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구체적 진술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는 나머지 3건의 요약본과 진술 메모는 전면 누락된 상태다. NYT는 문서 일련번호 분석 결과, 최소 50페이지 분량이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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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은폐” vs “완전한 무혐의”
법무부는 “진행 중인 연방 수사와 관련된 문서는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인터뷰 기록이 제외된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제정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은 원칙적으로 사건 관련 문서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피해자 신원 노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한다. 그러나 공인의 명예 훼손이나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문서를 비공개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간사는 법무부를 방문해 원본 기록을 열람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중대한 범죄로 고발한 생존자의 FBI 인터뷰가 불법적으로 은폐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법무부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조사 과정에서 잘못 분류된 문서가 확인되면 법에 따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총괄한 토드 블랜치 법무부 부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지 않았으며, 법을 철저히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백악관 공보담당 애비게일 잭슨은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관련된 어떤 사안에서도 완전히 무혐의임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법무부 역시 과거 성명에서 “FBI에 접수된 문서 중에는 사실무근의 선정적인 주장도 포함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엡스타인 사건 관련 자료 공개의 투명성과 정치적 파장을 둘러싼 공방으로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