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밀수 연루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검·경 합동수사단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은 허위 수사 서류 작성과 증거 편철 누락 등으로 경찰에 징계가 통보됐다.
26일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은 세관 마약밀수 연루, 경찰·관세청 수사 외압, 대통령실 개입, 검찰 사건 은폐 등 모든 의혹에 실체가 없다고 보고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과 세관 직원 등 14명을 불송치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이 지난해 12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당시 경찰 지휘부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데 이어 이번 결정으로 해당 의혹 관련 모든 수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2023년 1월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백 경정이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 밀수범과 세관 직원이 공모해 필로폰 약 24㎏을 밀수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백 경정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합수단에 파견돼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엄정 수사”를 지시하며 백 경정을 합수단에 파견할 것을 지시했다. 백 경정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한 전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전 검찰총장, 세관 직원 등 총 18명을 입건했다.
하지만 합수단은 이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들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밀수범을 안내했다고 지목된 세관 직원 A씨는 당일 연가를 내고 주거지에 있었고, 밀수 방조 혐의를 받는 B씨는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 정상적으로 조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은 “백 경정팀이 입건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들은 대부분 기존 수사 과정에서 이미 검토했던 자료들”이라며 “나머지 자료들은 내용상 혐의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렵고, 주관적 의견 제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수사 당시 외압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백 경정은 2024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에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과 전화하면서 (보도자료에) 세관 내용이 빠졌다고 알려주자 ‘오, 올바른 스탠스입니다. 국감에서 야당이 정부를 엄청 공격할 텐데, 우리가 야당 도와줄 일 있습니까’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합수단이 통화 녹음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해당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고, 백 경정이 진술을 유도하는 내용만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합수단은 당시 영등포경찰서 수사팀 인력이 증원되는 등 수사에 제약을 받을 만한 상황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합수단은 피의자 주거지와 경찰청·인천세관 등 30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46대 등을 포렌식 분석한 결과 경찰 고위직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연락 내역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백 경정은 2023년 9월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마약 밀수 사건이 대통령실에 처음으로 보고된 시점은 2023년 10월 영등포경찰서의 언론 브리핑 당일로 확인됐다.
검찰의 사건 은폐 의혹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은 당시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 이후 검찰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를 해체하는 수준의 인사를 단행하고,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줄줄이 기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수단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 이전인 2023년 9월 검찰의 하반기 정기인사로 조직개편이 이미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개편 이후 경찰로부터 접수된 영장 총 24건 중 최종적으로 청구되지 않은 영장도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23년 2월 당시 부장검사 등이 마약 밀수범 검거 이후 공범을 수사하지 않았단 의혹에 대해선 법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사건을 이첩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오히려 백 경정의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돼 경찰청에 징계 등 혐의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2023년 수사 당시 백 경정은 농림축산검역본부 근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제검역 과정에서 신체 검색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사지휘서 등 수사서류에 “농림축산검역본부 일제검역에서 신체 검색을 실시한다”고 정반대의 내용을 기재했다. 또 마약 밀수범을 검거한 이후 첫 실황조사 당시 밀수범들이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등 허위 진술을 담합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확보지만, 백 경정은 해당 영상을 수사 기록에 편철하지 않았다.
합수단은 “수사 종사자가 수사원칙을 위반하고 확증편향에 빠져 마약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에 의존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급기야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사안”이라며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해서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수사원칙의 엄정한 준수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