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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술·책에 쓰는 돈 줄였다…고물가에 ‘실질 소비’ 5년 만에 뒷걸음

중앙일보

2026.02.25 22:45 2026.02.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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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한 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독서를 좋아해 매달 최소 한 권은 책을 사던 정모(33)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턴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했다. 정씨는 “신간을 꼭 읽고 싶을 땐 도서관에 신청하는 식으로 책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며 “월세·식비 등이 너무 올라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부터 줄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주류·서적·여행 등 급하지 않은 소비 중심으로 씀씀이가 감소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2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및 연간 지출’ 내용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지출을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 상승률(2.1%)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감소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탓에 실제 손에 쥔 물건이나 이용한 서비스의 양은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연간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2020년(-2.8%) 이후 5년 만이다.
김영옥 기자

품목별로(명목 기준) 소비가 감소한 분야는 교육(-2.8%), 오락·문화(-1.3%), 주류·담배(-0.8%), 의류·신발(-0.2%) 등이었다. 오락·문화 지출 중에서도 서적(-8.3%), 단체·국외여행비(-1.8%) 관련 지출 감소 폭이 컸다. 의류·신발 중에선 신발(-2.4%) 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교육 관련 지출이 줄어든 것은 학령기 인구가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가계소득과 소비지출 모두 증가했다. 작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4.0% 늘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소득 증가율은 그보다 낮은 1.6%였다. 가계소비지출은 3.6% 증가했는데, 역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1.2%로 상승폭이 덜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주류 진열대. 연합뉴스
분위별로는 소득 온도 차가 여전했다.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월평균 명목소득(1187만7000원)이 6.1% 늘어났다. 4분기 기준 2021년(6.9%)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특히 근로소득이 8.7%나 증가한 게 영향을 줬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2024년에는 3분기에 있던 추석 연휴가 지난해에는 4분기로 이동하면서 명절 상여금이 4분기에 지급됐다”며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급된 영향으로 (5분위의) 근로소득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소득이 4.6%, 2분위와 3분위는 각각 1.3%,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9배로, 전년 같은 분기(5.28)보다 높아졌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이 지표는 숫자가 클수록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추석 상여금 효과로 고소득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가 상·하위 격차를 벌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계절성,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가계동향의 5분위 배율을 통해 소득 분배를 분석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기초생활보장 확충,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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