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시장의 활로가 막히고, 빅테크의 ‘탈(脫) 엔비디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독주는 꺾이지 않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분기 매출 97조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써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6년 된 구형 그래픽처리장치(GPU)조차 완전히 동났다”며 일각의 AI 투자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를 단숨에 일축했다.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681억3000만 달러(약 97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662억 달러)를 가볍게 상회하며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기준 영업이익은 461억 달러(66조원)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91%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부문(632억 달러)이 1년 새 75% 증가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엔비디아가 제시한 향후 전망이다. 수출 통제로 막혀버린 중국발(發) 매출을 제외하고도 이번 분기(2~4월) 764억 달러~795억 달러(109조~113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상치(728억 달러)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앞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200’이 대중 판매를 허용받은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실제 판매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엔비디아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주요 돈줄이었던 중국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악재 속에서, 글로벌 시장의 수요만으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컴퓨팅(연산) 자원이 곧 매출인 시대”라며 “추론 연산에 필요한 토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 빅테크에 대한 매출 의존 우려도 잠재웠다. 현재 소수에 불과한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매출 비중이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상황에 대해 엔비디아 측은 “우리의 생태계는 빅테크를 넘어 일반 기업, 소버린 AI(국가별 자체 AI), 로봇 공학 등으로 전방위로 폭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판단해 코딩하고 도구를 다루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초대형 빅테크 외에 일반 고객들의 토큰(연산 단위) 수요마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젠슨 황 CEO는 AI 산업의 병목으로 떠오른 ‘전력 효율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수요가 워낙 엄청나 클라우드에 있는 6년 된 구형 GPU 서버마저 싹쓸이돼 가격이 오를 정도”라며 극단적인 연산력 공급 부족 상태를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모든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의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며, 와트당 성능이 곧 달러(수익)가 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고효율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고객사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임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