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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 택한 한은…"기준 금리 동결 기간 길어질 것"

중앙일보

2026.02.25 23:28 2026.02.2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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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여섯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속도를 유지했다. 금리를 내리기에는 환율과 집값이 불안하고, 올리기에는 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6회 연속 동결이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 다음 회의(4월 10일) 전까지 약 11개월간 금리가 2.50%에 묶였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키를 당분간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경진 기자

총 21개 점 가운데 16개가 동결(2.50%)에 찍혔다. 2.25% 인하 가능성이 4개였지만, 2.75% 인상 가능성(1개)도 나왔다. 금리 인하 압박이 강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날 한은이 처음 공개한 점도표는 금통위원 7명이 각각 3개씩 6개월 뒤 금리 전망치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하고 있는 만큼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성장률 2.0%로 상향…AI 거품 꺼지면 1.8%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0%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정부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9%보다 높다. 성장률을 올린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낮추기는 쉽지 않다. 금리 인하는 통상 경기 하방 위험이 클 때 사용하는 수단인데, 경기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완화 기조를 강화하는 것은 정책 신호가 엇갈릴 수 있어서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리는(0.2%포인트) 건 반도체 경기 호조(0.2%포인트), 양호한 세계 경제 흐름(0.05%포인트),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이연 효과(0.05%포인트), 정부의 소비·투자 지원책(0.1%포인트) 등 때문이다. 건설 경기 회복 지연(-0.2%포인트) 정도만 하방 요인이었다. 특히 1분기(1~3월) 성장률은 0.9%로 당초 예상(0.3%)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전 분기 역성장(-0.3%)의 기저효과와 연초 반도체 수출 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성장률 개선이 곧바로 경기 전반의 체력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정보기술(IT) 외 부문의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과 동일하게(1.4%) 유지됐다. 이 총재는 “IT와 비(非)IT 부문 간 격차는 오히려 지난번 전망보다 확대됐다”며 “경기 개선 흐름의 강도와 확산 정도를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한은이 제시한 반도체 등 IT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올해 0.7%포인트, 내년은 0.5%포인트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8%로 낮췄다. 성장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전체 성장 경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낙관 시 올해 2.2%(내년 2.1%)까지 가능하지만, 인공지능(AI) 관련 거품이 꺼질 경우 1.8%(내년 1.5%)로 낮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물가·환율·부동산…여전히 남은 변수

물가는 비교적 안정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1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는 각각 2.0%를 기록했다. 다만 연간 전망치는 2.2%, 2.1%로 소폭 상향됐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전자기기 일부 품목의 비용 상승 압력을 반영한 결과다.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내려오며(원화 가치는 상승) 다소 진정됐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 해외투자 속도 조절 등으로 수급이 개선됐다”고 설명하면서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금리 차(1.25%포인트)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인하는 외환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역시 통화정책 판단의 변수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상승세 둔화 조짐을 보이지만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코스피 6000선 돌파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충격 발생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레버리지가 늘면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차준홍 기자

시장의 시선은 인하 시점보다 동결 기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서는 환율·부동산 등 금융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굳이 조정할 유인이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당분간 한은의 선택지 아니”라고 짚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K자형(양극화) 성장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재정 확장을 통해 경기 부진 요인이 더 완화된다면 금리 인하 필요성은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인하 종료뿐 아니라 연말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인하에서 인상으로 전환하는데 평균적으로 1년6개월정도 걸렸다. 경기 회복 속도를 볼때 올해 연말께 인상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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