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의 착공을 최대 1년 앞당겨, 2028년까지 8만5000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나섰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ㆍ철거ㆍ착공까지 심의 단계 등을 집중 관리해 공급 속도를 올리겠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공급 가뭄을 끝내려면 지금 추진 중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단 한 곳도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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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서울 8만5000가구 착공
서울시는 착공을 앞당기기 위해 서울 시내 253개 구역의 공정표를 전수 점검했다. 그 결과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가구를 ‘핵심공급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신속착공을 위해 착공 전에 개별로 진행하던 구조심의 및 굴토 심의를 통합하거나 촘촘한 공정관리를 유도해 최대 1년까지 일정을 앞당길 방침이다.
양천구 신정4구역(1713가구)의 경우 당초 2028년 6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1년 1개월 가량 착공일을 앞당겨 내년 5월 착공할 예정이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도 착공일을 1년 앞당겨 내년 2월 착공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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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물량 급감, 주택 공급 맥 끊긴 서울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지의 착공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공급 가뭄’ 우려가 있다. 오 시장은 “지금 서울은 ‘공급가뭄’ 시대에 살고 있다”며 “전임 시장 시절 389개 정비사업(43만 가구)이 해제되면서 주택공급의 맥이 끊겼고, 그 여파가 오늘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여파로 최근 착공 물량은 급격히 줄고 있다. 2021년 2만4000 가구가량 착공에서 2024년 1만1000가구, 지난해 9월까지 6000가구로 대폭 줄었다.
정부가 1ㆍ29대책으로서울 시내에 3만2000가구를 공공 주도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용산 정비창(1만 가구), 태릉CC(6800가구) 등 굵직한 사업장마다 반발이 심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정비사업지에서 3년 내 8만5000가구만 제때 착공한다면 기존 조합원 가구 수를 제외하고 1만6000가구가 새롭게 시장에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장에는 서울 시내 48개 정비사업장 조합원 200여명이 모였다. 정부 규제로 인해 막힌 현장을 풀어달라며 시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로 줄었다. 이에 따라 이주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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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하겠다더니 주민 투기꾼 취급”
동대문구 청량리 8구역의 서정숙 조합장은 “지난 25일 이주를 시작했는데 조합원 234명 중 63명이 이주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세입자 전세금 상환도 못 할 처지에 놓였다”며 “앞으로 이런 단지가 더 많아질 텐데 주택 공급을 하겠다면서 주민들을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지를 위해 올해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편성해 이주비 융자지원을 하기로 했다. 오는 3월에 접수를 시작해 4월에 심사, 5월 내 집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정부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적용되는 조합원 지위양도 규제도 3년 한시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ㆍ재건축은 10년, 20년이 걸리는 긴 여정인데 그동안 은퇴ㆍ실직ㆍ병환ㆍ자녀교육 등 이주의 필요성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를 막는다면 이는 투기 억제를 넘어 삶의 선택권을 옥죄는 규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장의 현실이 정책에 반영되게 중앙정부에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지속 건의하면서 서울의 주거 안정을 지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