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옥외집회를 하기 전 미리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예외없이 일률적으로 처벌하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해당 조항을 위반했다고 본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단을 뒤집었다.
헌재는 26일 오후 2시 옥외집회 사전 미신고시 처벌 조항을 규정한 집시법 22조 2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인 중 4인의 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계속 이를 적용하게 하는 것이다. 4인은 위헌, 1인은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헌재 위헌 결정에는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이번 결정에서는 8인이 위헌성을 인정했다.
청구인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2021년 4월 옥외집회를 한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25년 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다른 청구인 안모씨는 동국대 총학생회장이던 2016년 12월 미신고 집회 등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021년 5월 대법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들은 집시법 22조 2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정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은 옥외집회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행정규제의 특성이나 입법 기술상 부득이하게 사전신고 대상에 포함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집시법 15조는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 등에 관한 집회는 사전신고 의무를 두지 않는다는 근거를 들어 “(해당 조항이) 위험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옥외집회도 규제 대상으로 삼은 과잉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만으로 일률적 처벌을 하는 것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소규모 집회 개최까지 형벌 제재를 두어 신고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수단을 위해 목적이 되는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미신고 옥외집회 개최 행위에 대해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도록 형벌권의 행사를 유보하는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률 조항은 2027년 8월 31일 법 개정 전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옥외집회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한 집시법 6조 1항에서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은 재판관 7대 2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옥외집회 주최자가 개최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해야 한다고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