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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의혹' 김병기, 경찰 첫 출석…보좌진 폭로 110일만

중앙일보

2026.02.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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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무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이 26일 오전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 본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민규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13개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처음 출석했다. 지난해 11월 9일 김 의원의 전 비서관이 김 의원의 각종 의혹이 담긴 진술서를 서울 동작경찰서에 제출한 지 110일 만이다. 김 의원 관련 사건들의 발생 시점부터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지났고, 주요 물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대형 금고의 행방도 묘연하다. 경찰이 이날 조사에서 유의미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어떤 진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수사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김 의원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석에 앞서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제기된 모든 의혹과 음해를 해소하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대형 금고에는 어떤 게 들어 있었느냐’는 질문에 “금고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경찰은 지난달 김 의원의 전 비서관으로부터 “김 의원이 중요 물품을 보관하는 금고가 있다”는 진술을 받아 형사기동대까지 투입하며 해당 금고 확보를 시도했다.

경찰은 우선 김 의원을 상대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부터 따져 묻고 있다. 김 의원 측에 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전직 동작구의원 전모씨와 김모씨가 경찰 조사에서 내용 전반을 인정하면서 의혹이 구체화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0년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씨에게 총선 자금용 뇌물 3000만원을 건넸다가 수개월 뒤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동작구의회 의원들이 지난 2023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출한 탄원서. 연합뉴스

전씨와 김씨가 3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집에 보관하고 있던 돈”이라고 진술했고, 이들의 현금 인출 내역 등 금융 기록에서도 경찰이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 배우자 이씨도 지난달 9일 경찰에 “돈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고, 김 의원이 직접 개입한 정황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건 발생이 약 6년이 지나 물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피의자 진술까지 엇갈리는 셈이다.

뇌물 수수 의혹 다음으로 조사가 많이 이루어진 것은 배우자 이씨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김 의원의 관련 수사 무마 의혹이다. 이씨는 2022년 7~9월 사이 조진희 전 동작구의원의 업무추진비 약 159만원을 횡령해 식사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지난달 22일)와 조 전 구의원(지난 9일)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경찰은 김 의원의 부탁을 받은 동작경찰서가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동작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전 동작경찰서장 A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당시 동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A씨와 B씨는 경찰에 “수사를 무마한 적이 전혀 없고, 내사 결과 이씨를 무혐의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한다. 또 경찰은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일부 식당을 찾아 증거 확보에 나섰지만, 이미 3년 이상 시간이 지나 식당들 상당수가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결제 내역을 보관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차남은 지난 25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뉴스1

김 의원이 차남을 가상자산 관련 회사에 입사시키려 빗썸과 두나무 측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이 빗썸을 압수수색(24일)하고, 차남을 소환조사(25일) 했다. 다만 차남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차남 측 변호인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정상적인 방법으로 빗썸에 채용이 됐고, 숭실대학교 부정 입학도 없었다”며 “모두 소명했고, 경찰 수사 결과가 잘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찰의 늦장 수사로 인해 김 의원의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관련 진술서를 확보하고서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다가 지난달 4일에야 서울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또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는 김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거나 탈당을 한 이후에야 이루어졌다. 이에 경찰은 김 의원 관련 수사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자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27일에도 김 의원을 소환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외에도 ▶항공사 숙박권 수수 ▶쿠팡 소속 전 보좌진 인사 불이익 요구 ▶대형병원 진료 특혜 등 13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입증이 간단치 않아 3월 중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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