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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너머 숨어 있던 충청의 명문, 이제 전국구로

중앙일보

2026.02.26 00:28 2026.02.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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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조명으로 밝혀진 세레니티 청주의 완만한 페어웨이. 사진 세레니티 골프장
고속도로 나들목을 빠져나와 완만한 언덕 하나를 넘으면 전혀 다른 풍경이 나온다. 포근하게 내려앉은 분지, 수령을 가늠하기 어려운 노송들, 호수 위에 고요히 떠 있는 보름달 조각상.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 자리한 세레니티 골프 앤 리조트다.

처음부터 품격 있게 지어진 코스에 건축가 김찬중의 리조트와 그늘집, 조각가 권치규의 작품들까지 더해지면서, 수도권이나 제주의 내로라하는 프라이빗 코스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 관가에서 즐겨 찾는 골프장으로, 인근 SK하이닉스 수요까지 더해져 예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옴홀딩스(회장 김주영)가 운영하는 세레니티 골프 앤 리조트(청주)와 세레니티 강촌(구 파가니카CC)이 오는 4월 1일 일제히 새롭게 문을 연다. 다음홀딩스는 경북 김천의 포도CC도 운영하고 있다. 세레니티(Serenity)는 '마음의 평온', '맑고 고요함', '청명한 하늘'을 뜻하는 동시에 왕에 대한 경칭이기도 하다. 이 공간에 발을 들이는 모든 이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는 선언이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조각가 김치규의 작품 '만월(滿月)'. 얇은 철판을 나뭇가지 형상으로 도려낸 원형 구조물은 보름달을 닮았고, 물 위에 비친 반영과 함께 또 하나의 달을 만들어낸다.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KLPGA 대회가 열리는 동안에도 갤러리의 시선을 붙잡는 이 골프장의 상징이다. 사진 세레니티 골프장
산줄기를 배경으로 클럽하우스와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세레니티 청주 전경. 사진 세레니티 골프장
^세레니티 청주

세레니티 청주의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근 금강(錦江)의 한자 '비단 금(錦)'을 이름에 담은 실크리버CC로 문을 열었고, 2020년 다옴홀딩스가 인수한 뒤 2022년 세레니티로 새롭게 탄생했다. 45만 평 부지에 회원제 18홀과 대중제 9홀을 갖춘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2년에 걸쳐 리노베이션을 했다.

코스는 호주의 그레이엄 마쉬의 작품이다. "가장 훌륭한 골프장은 그대로의 자연이다"라는 철학을 가졌으며 수학교사 출신이라 티샷의 비거리 분포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벙커를 배치하고 그린의 경사를 설계한다. 페어웨이는 넉넉해 보이지만 코스레이팅은 73.8로 만만치 않다. 못 치는 사람에겐 편안하고, 잘 치는 사람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한다.

클럽하우스는 일본 건축가 츠네카타 나이토가 설계했다. 여러 동이 'ㅁ'자로 연결된 구조 안에 중정을 품고, 미송 목재와 청동 지붕이 서로 다른 질감으로 대비를 이룬다. 레스토랑에서는 코스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고, 조각가 김치규의 작품 '만월'을 비롯한 미술품들이 갤러리처럼 공간 곳곳에 자리해 있다.

청동 지붕 아래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세레니티 청주 클럽하우스의 저녁 풍경. 사진 세레니티 골프장
세레니티의 음식도 유명하다. 배추와 무를 직접 담근 김치, 최고급 국내산 식재료만 고집하는 갈비탕은 전국 골프장 중 최상급으로 손꼽힌다. 라운드 중 서비스되는 고구마와 김치전은 이 골프장의 오래된 명물이다. 손님들이 남은 음식을 싸 달라고 하기도 한다.

새로 심은 2000여 그루의 소나무, 입구를 지키는 백년송, 호수 위의 만월 조각상이 이 골프장의 분위기를 만든다. 여성 CEO인 김주영 회장은 나무와 예술과 공간에 대한 애정이 깊다. 클럽하우스 앞 소나무 한 그루는 3개월 행사 임대료로 3억 원을 제안받았지만 김주영 회장은 거절했다고 한다.

기존 두 코스에 비해 다소 평이하다는 평가를 받던 신설 블루코스에는 건축가 김찬중이 그늘집을 지었다. 타원형으로 펼쳐진 거대한 철제 격자 지붕이 코스 위에 내려앉은 형상인데, 삼각형 패널 수백 개를 비틀어 엮은 구조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등껍질 같다. 그 아래 화강석으로 마감한 몸체는 땅에서 솟아오른 듯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햇살이 격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 바닥과 벽에 기하학적 그림자가 쏟아진다. 유리 너머로는 페어웨이와 그린, 그리고 그 뒤편 산줄기가 액자처럼 걸린다. SNS를 통해 잘 알려졌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산비탈에 들어선 세레니티 힐스 풀빌라 조감도. 이미지 세레니티 골프장

이 그늘집을 지은 건축가 김찬중은 리조트인 세레니티 힐스의 설계도 맡았다.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와 서울식물원 온실을 설계한 그가 이 골프장에 처음 참여 의사를 밝혔을 때, 조건이 하나 있었다. 실크리버이던 이 골프장 이름을 '앞마당'으로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회사 측은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직원들이 "식당 이름 같다"며 반대해 결국 김 교수를 설득해 세레니티로 확정됐다. 이름이 어떻게 됐든 2016년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건축가 20인에 선정되 김 교수는 이 리조트에 대한 애정이 많다.

4월 1일 함께 문을 여는 리조트 세레니티 힐스는 산비탈을 파고드는 듯한 대담한 외관이 시선을 붙잡는다. 하얀 콘크리트 매스가 수평으로 켜켜이 쌓이며 지형 위로 캔틸레버처럼 뻗어 나오고, 유리 난간 너머로 골프 코스와 원경의 산세가 펼쳐진다.

40채의 독채형 풀빌라로 구성된 이 공간은 객실 면적의 최대 50%를 테라스로 설계해, 투숙객이 방 안에서 바깥 자연으로 직접 걸어 나갈 수 있게 했다. 자쿠지, 족욕 시설, 슬라이딩 키친이 딸린 테라스에서는 노을을 볼 수 있다. 인피니티 풀, 200m 드라이빙 레인지, 컨벤션, 베이커리 카페를 갖춘 복합 커뮤니티센터도 순차적으로 완성된다. 세레니티가 골프장을 넘어 중부권 최고의 레저 복합 공간으로 완성되는 그림이다.

남청주IC에서 5분, 오송 첨단과학단지에서 10분.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면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충청의 최고 명문코스가 수도권과 연결된다. .

^세레니티 강촌 — 제2의 세레니티

강원도의 강촌 IC 입구에 있는 파가니카CC는 세레니티 강촌이라는 이름으로 4월 1일 새롭게 문을 연다. 잠실역에서 45분 거리다. 김주영 회장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코스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조경, 편의시설, 음식과 서비스 등에 대한 기준도 청주와 같다. 김 회장은 "오시는 분들께 늘 더 담아드리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3개 골프장에 쏟아부은 투자와 손질이 그 아쉬움의 흔적이다.

야간 조명 아래 선명하게 드러나는 김천 포도CC의 그린과 벙커. 사진 김천 포도CC
^김천 포도CC — 오판이 만든 명문

경북 김천의 포도CC는 세레니티 브랜드와는 별도로 운영되지만, 다옴홀딩스 포트폴리오의 출발점이 된 곳이다. 회사 직원의 오판으로 투자하게 됐다가 회사가 짐을 떠안는 상황이 됐다. 김주영 회장은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며 리노베이션을 해 지금의 포도CC를 만들었고, 이 경험이 세레니티 청주와 강촌 인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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