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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인재 키우려 했는데...영재학교 졸업생 16% 의약학 진학

중앙일보

2026.02.26 00:35 2026.02.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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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장 앞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수학·과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영재학교 졸업생 가운데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2023년 기준 1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이미나 연구원과 이희현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영재학교 졸업생의 진로 선택 양상과 의미’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2017년 전국 8개 영재학교에 입학한 613명(남 515명·여 98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6.2%(99명)가 2023년 기준 의약학 계열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학 계열(54.7%), 자연 계열(25.1%)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의약학 진학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의약학 계열 진학자는 2020년 30명에서 2021년 65명, 2022년 88명, 2023년 99명으로 늘었다. 특히 처음부터 의대로 진학하기보다는 공학이나 자연 계열로 입학한 뒤 반수 등으로 의약학 계열로 이동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 중 90.5%는 최초 선택한 전공을 유지했으나, 9.5%는 전공을 한 차례 이상 변경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을 바꾼 학생 중 73.7%는 의약학 계열로 이동했다. 자연 계열에서 의약학 계열로 옮긴 경우가 43.9%로 가장 많았고, 공학→의약학(26.3%), 인문·사회 및 기타→의약학(3.5%) 순이었다.

정부는 영재학교 졸업생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할 경우 교육비를 환수하는 등의 제재를 두고 있지만, 대학 입학 이후 전공 변경까지는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히 ‘이공계 이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영재교육의 목표와 개인의 진로 선택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충분한 진로 상담과 이공계 분야에 대한 구체적 정보 제공, 이공계와 의약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진로 모델 제시 등 정교한 지원 전략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학생의 의약학 계열 이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에 대해 연구진은 “개인의 흥미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제약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정한 이공계 노동시장과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여학생의 이공계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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