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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사법 3법' 처리 시작…"개헌 없이 입법은 위헌" 지적 이유는

중앙일보

2026.02.26 01:05 2026.02.2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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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 총회에 참석해 귀엣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개편 3법(법왜곡죄 도입·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법)에 대한 각계의 위헌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26일 법안 처리를 시작했다. 26일 여당 주도로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여당은 27일 재판소원법을, 28일 대법관 증원법을 순차 처리할 예정이다.



‘명확성의 원칙’ 위배…법관 독립 침해 우려


정근영 디자이너
법왜곡죄는 처벌 대상이 부정확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누구나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파생 원칙이다. 법왜곡죄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정권의 이해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법원 공청회에서 차병직 변호사가 “국가보안법처럼 이상한 구성요건이 붙는 정치 형법이 하나 더 탄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헌 논란 속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수정안을 냈지만 처벌 대상이 모호하다는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날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린 시각 수정안이 나왔지만, 전국 법원장들은 이를 검토한 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라며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법왜곡죄 수정안은 적용 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재량적 판단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뒀다. 수정에 대해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형사 사건 판결이 마음에 안 들면 법왜곡이라는 말부터 나올 거다. 1심과 2심 결론이 다를 경우 어느 한쪽에 대해 보복심리를 가질 수 있다”이라며 “그런 환경에서 법관이 독립해서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헌법, “최고법원인 대법원” 규정…4심제 위헌 논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소원법을 둘러싼 위헌 논란도 거세다. 특히 재판소원이 실질적 4심제로,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 헌법 101조와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헌법 101조 1·2항은 “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각각 규정한다.

이를 근거로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했다”며 “불복이 있다 하여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위헌”이라고 했다. 인용율은 낮고 재판 확정은 지연돼 당사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을, 사회적으로는 법적 불안정을 야기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헌법 101조의 의미는 “입법권은 의회에 속한다” 와 같이 권력분립 원칙을 천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도 지난 23일 출근길에 “헌법 개정사항에 해당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우리 헌법은 독일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고 위헌 우려를 드러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지난해 7월 청문회에서 “(재판소원 도입은) 개헌을 통해 하는 게 좀 더 선명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취임 후 국정감사에서는 “기본권 보호의 측면에서 (도입이) 더 이상적이지만 입법자의 과제”라며 위헌성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 도입은 개헌 사항”이라며 “입법만으로 도입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개별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데 이렇게 급하게 졸속으로 법안이 처리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명확하게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사대로 개헌을 하거나 기관 간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서는 하급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대법관은 1명당 평균 8.4명의 재판연구관을 두고 있다. 대법관 12명 증원은 1·2심 판사들 100여명을 대법원으로 빨아들여 하급심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법원장들은 전날 우선 4명 증원한 뒤에 영향을 평가해서 추가 증원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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