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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의 마켓 나우] AI 시대의 역설, 올드 이코노미의 부활

중앙일보

2026.02.26 07:04 2026.02.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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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AI 혁명의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과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러한 극도의 불확실성은 최근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서 잘 드러난다. 주가지수만 보면 매우 평온해 보이지만,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업종별 주가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ETF인 IGV는 올해 들어 약 27%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를 활용한 자동화와 인건비 절감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혔으나, 이제는 생성형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부진을 메우고 있는 주체가 ‘올드 이코노미’ 기업이라는 점이다. 산업재·에너지·소재처럼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 자본 집약적인 전통 산업이 강세를 보이면서 대표적으로 산업재 ETF인 XLI가 올해 약 13% 상승했다.

사실 이들 기업은 오랫동안 시장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나 있었다. 사업은 안정적이지만 성장 속도가 느리고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이유로, 혁신적이고 빠르게 확장하는 기술 기업과 비교되며 ‘지루한’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다.

올드 이코노미의 부활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저물가 환경은 기술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먼 미래의 현금흐름이 가치평가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 기업은 자본 비용이 낮을수록 유리하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계산법이 달라졌다. 먼 미래의 성장보다 눈앞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더 중요해지고, 물가 상승 환경에서 올드 이코노미 기업의 가격 결정력도 회복되고 있다.

둘째, AI 혁명은 생각보다 ‘물리적’이다. 데이터 센터, 전력망, 산업 장비, 금속 자원 등 AI 확장의 기반이 되는 영역에서 올드 이코노미 기업들이 필수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무형의 디지털 자산이 아닌 물리적 자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AI는 거대한 기회를 열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도 키우고 있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대와 공포가 반복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는 특정 테마에만 집중하기보다 충격을 흡수할 방어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안정적 현금흐름과 물리적 자산을 보유한 올드 이코노미 기업은 디지털 중심 포트폴리오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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