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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의 시선] 공소취소모임에 언급 없는 이 대통령

중앙일보

2026.02.26 07:08 2026.02.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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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많은 메시지를 발신하는 대통령일 것 같다. 기자회견이나 담화에서나 겨우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들을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SNS 등 디지털 소통이 활발해진 시대에도 이 대통령처럼 거의 매일 발 빠르게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취임 초 국무위원들과 토론을 생중계로 공개한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때도 구체적인 사안까지 질문한다. 답변이 미진하면 추가 보고를 지시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도 해 쩔쩔매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전파를 탄다. 정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쌓은 행정 경륜과 특유의 정무감각 덕분일 것이다. 부동산 대책만 해도 하루에 몇 개씩 SNS에 글을 올려 시장의 변화를 유도할 정도로 순발력이 뛰어나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웬만한 현안에 대해 국민이 입장을 알 수 있도록 해온 이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 107명이 참여한 ‘공소취소모임’에 대해선 공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 모임은 이 대통령이 정치 검찰로부터 조작 기소를 당했다며 공소 취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 국정조사도 추진한다. 민주당이 당내 특위로 모임을 흡수하면서 공소 취소 추진은 여당의 목표가 됐다. 대선 승리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중단돼 있는데, 모든 혐의에 대해 공소가 취소될 경우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상당수 해소된다. 수혜자가 이 대통령 본인인데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으로 모임을 주도한 이건태 의원은 “전 국민이 투표해서 정한 국가 원수를 사법부가 발목 잡고 있는 행태는 삼권분립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니 공소를 취소하고 퇴임 후 다음 행정부가 필요하면 다시 기소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동안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데, 사법부가 국정 운영에 어떤 차질을 빚게 한다는 것일까.
SNS 활용 현안에 적극 의견 개진
재판 유죄 가능성 막으려는 여당
말리는 게 헌법 수호 책무에 맞아
모임 소속 다른 의원은 “검찰이 직권으로 공소 취소를 해야 하는데, 안 하면서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조작 행위를 합리화시키려 하고 있어 입법부가 나섰다”고 했다. 관련 인물들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나중에 이 대통령의 재판이 재개됐을 때 악영향이 미칠까 우려하는 셈이다. 거대 여당 의원 107명에 이어 당 공식 조직이 이 대통령 퇴임 후 열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까 봐 사전에 움직이고 있는 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 및 결의대회에서 ″공소취소 즉각추진 국정조사 즉각추진″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때 견제를 받았던 이 대통령으로선 억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검찰의 중립성은 도마에 올랐었고 역대 정부에서 정치적 보복 수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입법부가 공소 취소를 추동하는 것은 소추와 재판 과정에 개입하는 구도로 이어져 삼권분립의 균형을 흔들 위험이 크다. 사법부가 유무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부 다수가 수사·기소의 정당성을 정치적으로 선포해버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공소 취소 요구가 관철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향후 권력을 잡은 다수 여당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수사를 '조작 기소'로 규정하고 압박하는 양상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검찰권 남용에 대한 제도 개혁을 하는 것과 이를 현직 대통령의 기소 취소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굳이 말리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혀진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인물들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검찰의 조작 기소가 사실이라면 향후 재판에서 증거와 논리로 다투면 될 일이다. 자신 관련 사건에 대한 여당의 움직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헌법수호 의무를 지닌 대통령의 역할일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야당도 취약하니 여권은 거리낄 게 없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민심은 이런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근 여론을 파악하러 대전에서 만난 70대 택시기사의 반응을 전한다. 그는 자민련 시절을 빼고 줄곧 민주당만 지지해왔다고 했다. “이 대통령 인기 좋죠. 잘못하는 게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공소취소모임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지.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러나 몰라.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요. 누가 봐도 '이재명 구하기'로 보이지. 더구나 송영길 사건도 상고 포기해버리고…. 검찰이 그동안 워낙 잘못했으니 잠잠하지, 계속 이런 식이면 지지자인 나부터도 민주당 안 되지. 근데 이 대통령이 왜 잠잠한지 모르겠어.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이런 게 계속 쌓이면 누가 지지하나요? 아무튼 이걸로 대통령은 한 수 깎였어.”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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