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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뉴스터치] 경자유전

중앙일보

2026.02.26 07:10 2026.02.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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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선임기자
토지를 우물 정(井)자로 9등분한 뒤 가운데 하나는 공동 경작해 납세하고 나머지는 각자 나눠 일구는 토지·조세제도가 정전제다. 전국시대 등문공이 나라 다스리는 일(爲國)에 관해 묻자 맹자는 “꾸준한 벌이가 있어야 바른 마음을 지킬 수 있다(有恒産者有恒心, 항산항심)”고 답한 뒤 구체적 방안으로 정전제를 내놨다. 기저에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철학이 깔렸다.

경자유전 실현을 향한 노력은 부단했다. 중국 신나라 왕망의 왕전제, 북위와 당나라의 균전제 등이 대표적 예다. 우리는 여말선초 과전법과 정도전의 계민수전, 조선 후기 실학자 유형원의 균전론, 이익의 한전론, 정약용의 여전제 등이 있다. 17세기 일본 유학자 오규 소라이도 저서 『정담』에서 정전제 실시를 주장했다. 경자유전이라는 용어를 꼭 집어 처음 꺼낸 건 중국 쑨원이다. 토지공개념 격인 평균지권론을 주창하며 “경자유기전(耕者有其田)”을 외쳤다.

경자유전을 우리 헌법에 명문화(121조 1항)한 건 1987년 개헌 때다. 제헌헌법에선 우회적으로 설명했을 뿐, ‘법률로써 정한다’(86조)고 했다. 1949년 이승만 정부 농림부 장관 조봉암은 농지의 ‘유상 몰수 유상 분배’가 뼈대인 농지개혁법을 통해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식량 자급이 지상과제였던 시절엔 농지보전이용법(1972년)을 만들어 농지 전용을 막았다. 공업입국 기치로 이촌향도가 극심하자 농지임대차관리법(1986년)으로 해결을 모색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농산물 시장개방에는 관련 법을 모둠한 통합농지법(1994년)으로 맞섰다. 투기방지에 초점을 맞춘 개정농지법(2021년)은 LH 직원 농지 투기 사태를 계기로 마련했다. 이처럼 법과 그 집행은 시대의 필요한 바를 비춘다.

부동산 투기에 맞서 선전전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이어 최근 부재지주를 압박한다. 맹자는 등문공에게 항산항심뿐 아니라 이런 얘기도 했다. “죄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한 뒤 벌주는 건 백성을 상대로 그물질하는 것이다(及陷乎罪 然後 從而刑之 是 罔民也).” 압박이 그물질(罔民)로 비치지 않을 노력이 필요하다.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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