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현안 중 하나였던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과 관련해 정부가 조건부 허가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동안 안보상 이유로 반출을 거부해 온 정부가 국내 안보시설 등 민감 정보 노출을 제한하는 조건 등으로 접점을 찾으면서 조만간 국외 반출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관련 부처와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가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기지 등 안보시설을 포함해 민감한 위치 정보를 삭제 또는 수정한다는 전제다. 또 정보를 수정하는 작업은 국내 기업의 국내 서버에서만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구글이 국외 반출을 요청한 고정밀 지도는 1대 5000 비율로 실제 거리를 줄여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50m는 지도상 1㎝로 나타난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지난해 2월 한국 정부에 지도 반출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상 1대 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선 두 차례 신청 당시 정부는 구글에 안보시설 등 민감 정보를 가리고, 좌푯값을 삭제하고,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구글이 난색을 표하자 정부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반출을 불허했다. 이후 지난해 9월 구글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조건을 일부 수용한다고 밝히면서 협상에 물꼬가 터졌다. 그동안 미국은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고정밀 지도 반출 등을 한국의 디지털 규제로 규정하고 장벽을 허물라고 압박했다. 최근 상호관세가 미 연방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이후 전 세계에 글로벌 관세가 다시 부과된 가운데, 정부가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