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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헌 소지 법안 강행에도 무기력한 야당 대응

중앙일보

2026.02.26 07:22 2026.02.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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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위헌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법왜곡죄’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판검사가 사실을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대해선 위헌 지적이 잇따랐다. ‘법 왜곡’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헌법이 정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수사나 재판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고소·고발이 난무할 수 있고, 처벌을 우려해 소신 있는 수사나 재판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정치 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법 결정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결국 친여 성향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까지 수정을 요구하자 여당이 ‘땜질 수정’을 했지만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 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하고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곧바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법을 상정했다. ‘조희대 대법원’ 힘 빼기를 통한 사법 장악이라는 의도가 담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 법안도 같은 방식으로 단독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법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법안을 여당이 밀어붙이데도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헌법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 법안인 만큼 필리버스터를 했으니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법적 대응과 토론회 개최 등의 여론전을 통해 막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어제 본회의장에서 한 의원이 법왜곡죄 반대 토론을 하는 동안 의석에 앉아 있는 야당 의원은 단 두 명뿐이었다. 재판소원법이 상정될 때 야당 의석에는 빈 자리가 많았다.

여당의 입법 폭주는 야당의 무기력한 상황을 틈타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질주하고 있는 양상이다. 야당은 ‘절윤’ 등의 노선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져 여론을 설득할 능력도, 여당과의 치밀한 협상으로 성과를 낼 준비도 돼 있지 않아 보인다. 여당의 입법 독주도 문제지만, 견제 기능을 상실한 야당은 민주주의의 또 다른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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