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정부가 자국 영해에 진입한 미국 선적의 고속정과 교전을 벌여 4명을 사살했다. 미국의 대(對)쿠바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혈 사태가 발생하며 카리브해 일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쿠바 내무부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불법 고속정 1척이 우리 영해에 침범했다”며 “고속정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이 신원 확인을 위해 수상정을 타고 접근한 5명의 국경수비대원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경수비대는 이에 맞대응했으며 교전 끝에 ‘외국 측’ 공격자 4명이 사살됐다”고 덧붙였다. 고속정에 탑승한 이들이 먼저 쿠바 국경수비대를 향해 총을 쐈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쿠바 내무부는 해당 고속정에 대해 ‘미국 플로리다주 등록번호 FL7726SH 선박’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승선자는 모두 10명으로 “미국 거주 쿠바인”이라고 밝혔다. 교전 과정에서 사살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승선자 6명과 쿠바 국경 수비대 지휘관 1명은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쿠바 정부는 이들이 테러 의도를 지니고 자국 영해로 접근했다고 의심한다. 쿠바 내무부는 “승선자 대부분이 범죄 및 폭력 전력이 있다”며 “탑승자 중 2명은 이미 테러 행위와 관련된 활동에 연루돼 쿠바에서 지명수배 상태였다”고 전했다. 고속정에 선적된 소총, 권총, 화염병, 방탄조끼 등도 압수됐다.
쿠바 국경 수비대와 고속정이 근접했던 지역은 쿠바 중부 비야클라라주 코랄리요 소재 카요 팔코네스 섬 인근 해상이다. 팔코네스 섬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약 16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미국은 별도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정상회의 참석 차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쿠바 측 발표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고 정보를 독립적으로 검증해 자체적으로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며 “이런 교전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 요원이 관여한 사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우스마이어 미 플로리다주 법무부 장관도 X(옛 트위터)에 “쿠바 정부를 신뢰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교전은 미국과 쿠바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쿠바의 핵심 동맹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뉴욕으로 붙잡아 간 이후 쿠바에 석유 공급 봉쇄 조치를 단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그 여파로 현재 쿠바는 극심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쿠바에 대한 강경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연방 의원들은 이번 교전을 ‘공격 행위’로 규정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연방 하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은 X에 “쿠바의 독재 정권이 플로리다 선박을 공격해 승선자들을 살해했다”며 “이 정권은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던져져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