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 지난해 7, 8, 10, 11월과 올해 1월에 이어 6회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점도표)에서도 총 21개 점 가운데 16개가 동결(2.5%)에 찍혔다. 2.25% 인하 가능성이 4개였지만, 2.75% 인상 가능성(1개)도 나왔다. 이날 한은이 처음 공개한 점도표는 금통위원 7명이 각각 3개씩 6개월 뒤 금리 전망치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망은 금리를 내리기에는 환율과 집값이 불안하고, 올리기에는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배경에서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 근처에 있고,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내려가고 있지만 변동성이 크고, 국내 부동산 대출이 너무 늘어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로 0.2%포인트 올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올린 배경으로는 반도체 경기 호조(0.2%포인트), 양호한 세계경제 흐름(0.05%포인트),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 시점 이연 효과(0.05%포인트), 정부의 소비·투자 지원책(0.1%포인트) 등이 꼽힌다. 다만 건설경기 회복 지연(-0.2%포인트)이 하방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1분기(1~3월) 성장률은 0.9%로 당초 예상(0.3%)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전 분기 역성장(-0.3%)의 기저효과와 연초 반도체 수출 강세가 맞물린 결과다.
한은이 제시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올해 0.7%포인트, 내년은 0.5%포인트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8%로 낮췄다. 성장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경우 전체 성장 경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낙관 시 올해 2.2%(내년 2.1%)까지 성장이 가능하지만, 인공지능(AI) 관련 거품이 꺼질 경우 1.8%(내년 1.5%)로 낮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중심의 K자형(양극화) 성장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재정 확장으로 경기 부진 요인이 더 완화된다면 금리 인하 필요성은 계속 작아질 것”이라며 “인하 사이클은 끝났고, 올해 내내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인하에서 인상으로 전환하는 데 평균적으로 1년6개월 정도 걸렸다. 경기 회복 속도로 볼 때 올해 말께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이날 국내 증시에 대해 “저평가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상승 속도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다.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늘면 변동성에 더 취약해진다”고 우려했다.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세제가 다른 데보다 낮으면 자금 쏠림 등 비생산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