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내전 이후 40년 가까이 철권을 휘두른 프란치스코 프랑코 사망 5년여 뒤인 1981년 2월 23일 발생한 쿠데타 미수 사건 관련 기밀 문건을 25일(현지시간) 공개했다고 로이터와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른바 ‘2·23 사태’로 불리는 쿠데타 미수 사건은 스페인 준군사조직 민병대 소속 안토니오 테헤로 중령이 민주화 과정을 저지하기 위해 병력 2개 중대를 이끌고 의회를 점거한 사건이다. 당시 의원들은 민주중도연맹 소속 레오폴도 칼보소텔로 부총리를 총리로 선출하는 과정에서 인질로 억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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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TV 연설로 18시간 만에 종결
그러나 후안 카를로스 1세 당시 국왕은 의회 점거 직후 TV 연설을 통해 3년 전 제정된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며 정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쿠데타 세력은 이후 동력을 상실했고, 약 18시간 만인 1981년 2월 24일 정오에 항복했다.
테헤로는 1982년 최고군사법원에서 다른 주모자들과 함께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1996년 가석방됐다. 그는 관련 문건이 공개된 25일 발렌시아에서 93세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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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을 자유롭게 둔 것이 첫 번째 실수”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쿠데타 가담자들이 후안 카를로스 1세를 억류하지 않은 점을 중대한 판단 착오로 인식한 정황이 담겼다. 익명의 한 군 지휘관 메모에는 “첫 번째 실수는 부르봉(후안 카를로스 1세)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고 그를 명예로운 인물로 대우한 것”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에는 쿠데타의 구체적 실행 계획과 공모자들의 은폐 시도도 포함됐다. 한 자료에는 경찰 특수부대의 의회 진입 계획과 함께 80∼1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기재됐다. 또 방송사 점거에 가담한 군인들이 실탄 사격 명령을 받았다는 전화 통화 기록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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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없이 끝난 쿠데타
다만 18시간 동안 이어진 쿠데타 과정에서 의회와 방송국에서 사망자나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발사된 총탄 일부는 현재까지도 의회 천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최근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역사적 부채를 정리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