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전술의 부재도, 빡빡한 일정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손흥민이라는 거대한 우산을 잃어버린 토트넘 홋스퍼가 끔찍한 2부 리그 강등의 공포 앞에 벌벌 떨고 있다.
토트넘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처참하기 짝이 없다. 토트넘은 지난 23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 안방 경기에서 1-4로 굴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라이벌전 참패의 충격파는 컸다. 이 패배로 토트넘은 리그 9경기 연속 무승(4무 5패)이라는 최악의 수렁에 빠지며 자멸하고 있다.
현재 순위는 16위(7승 8무 12패, 승점 29). 강등권인 17위 노팅엄 포레스트(승점 27)와 18위 웨스트햄(승점 25)의 턱밑 추격을 허용하며 완벽하게 벼랑 끝에 내몰렸다.
다급해진 구단 수뇌부가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고르 투도르 감독을 소방수로 긴급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영국 매체 '플래닛 풋볼'은 지난 24일 토트넘이 실제로 강등될 수밖에 없는 8가지 이유를 적나라하게 분석하며, 그중 최악의 문제로 '손흥민을 대체할 리더십의 완전한 실종'을 꼽았다.
매체는 "혈기 왕성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스쿼드에서 위기를 극복할 중심축이 자취를 감췄다"고 뼈아픈 일침을 날렸다.
불과 지난 시즌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촌극이다. 당시 토트넘은 '캡틴' 손흥민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리더십 아래 똘똘 뭉쳐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찬란한 역사를 썼다.
리그에서 다소 부침이 있을 때조차 손흥민은 불필요한 입방정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 압도적인 헌신과 실력으로 증명하며 흔들리는 선수단을 결속시켰다.
물론 억지스러운 비난도 있었다. 당시 영국 내 일부 얼빠진 전문가들은 손흥민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토트넘 출신의 제이미 레드냅은 "손흥민의 실력과 리더십이 토트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고, '풋볼 런던' 역시 "손흥민은 전사 같은 화끈한 리더가 아니다"라며 황당무계한 트래쉬 토크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오판이었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는 손흥민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주장 전체 4위로 선정하며 반박했다. 매체는 "그는 위기의 순간 언론의 화살을 피하지 않고 가장 먼저 방패막이로 나서는 진정한 리더다. 토트넘에 성공을 가져오겠다는 그의 굳건한 의지가 리더십을 증명한다"고 극찬했다.
요컨대 손흥민이 곧 토트넘을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기둥이었다. 그러나 그 '진정한 리더'가 LAFC로 훌쩍 떠나버리자, 모래알 같던 토트넘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프랭크 전 감독은 손흥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지만, 이는 팀을 붕괴시키는 최악의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로메로는 주장의 품격은커녕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과 이기적인 플레이로 팀을 멍들게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보여준 기행이 결정타였다. 팽팽한 흐름 속에서 상대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발목을 짓밟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파울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주장이 앞장서서 경기를 망치는 호러쇼에 토트넘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강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그는 시한폭탄 그 자체다. 로메로는 위기에 빠진 팀을 다독이기는커녕 시즌 중 공개적으로 구단 수뇌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며 라커룸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잦은 퇴장에 경솔한 언행까지 겹치며, 현지에서는 "완장의 무게를 전혀 견디지 못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캡틴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폭주하니 선수단은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 손흥민 체제에서 든든한 수비벽을 구축했던 미키 판 더 펜마저 프랭크 감독에 이어 투도르 체제에서도 심각한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 선수들을 다잡아야 할 주장이 제 감정조차 주체하지 못하고 있으니, 라커룸의 기강이 바로 설 리가 만무하다.
투쟁심은 그라운드 위에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은 감정의 무절제한 폭발이 아니라 냉철한 통제다. 로메로의 직설적인 태도는 시원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팀을 산산조각 냈다. 그가 징계로 결장하는 동안 수비 조직은 뻥 뚫린 자동문으로 전락했고, 방향을 잃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방황하고 있다.
플래닛 풋볼은 전술 부재와 처참한 홈 경기력, 바닥을 치는 xG 지표 등 여러 수치를 나열했다. 하지만 강등권 탈출을 위한 진흙탕 싸움은 화려한 전술이나 통계가 아니라, 팀을 하나로 묶는 끈끈한 멘탈리티에 달려있다. 묵묵히 팀을 지탱하던 손흥민을 잃고 통제 불능의 시한폭탄을 리더로 앉힌 토트넘의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