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리, 인도·호주·일본 3개국 순방…中·인도와 관계 정상화
韓·日·호주와는 안보·국방 협력 강화…加외교 "경제와 안보·국방 분리안돼"
"중견국연대" 캐나다, 트럼프 강압 맞서 외교·무역 다변화 사활
카니 총리, 인도·호주·일본 3개국 순방…中·인도와 관계 정상화
韓·日·호주와는 안보·국방 협력 강화…加외교 "경제와 안보·국방 분리안돼"
(오타와=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및 합병 위협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캐나다가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과 외교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무역 저변을 넓히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총리실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인도 방문을 시작으로 호주와 일본을 순방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앞서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고 오랜 기간 냉각됐던 양자 관계 정상화를 공식화한 바 있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8년 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밴쿠버에 머물던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체포한 이후 악화 일로를 겪어왔다.
카니 총리의 연이은 인·태 주요국 순방 행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합병 위협 속에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 속에 이뤄지고 있다.
카니 총리는 지난달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강대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 중진국 간의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다보스 연설에서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더 이상 현실 순응으로 안전을 살 수 없게 됐다며 "중간 국가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테이블에 없다면 우리가 메뉴에 올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의 다보스 연설은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이은 그린란드 병합 시도와 맞물려 국제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카니 총리는 첫 방문지인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을 하고 무역, 에너지, 인공지능(AI), 인재·문화, 국방 등 분야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고 양국 관계의 격상을 도모할 전망이다.
캐나다 총리의 인도 방문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캐나다와 인도는 시크교 분리주의 단체 지도자 피살사건 문제를 둘러싸고 강도 높은 외교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23년 쥐스탱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가 캐나다에서 피격·살해된 캐나다 국적 시크교 분리주의 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의 암살 배후에 인도 정부요원이 있다고 언급한 게 갈등을 격화시킨 단초가 됐다.
인도 정부는 트뤼도 전 총리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고, 양국 정부가 상대국 외교관을 무더기로 추방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두 나라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는 듯했다.
그러나 카니 총리는 지난해 취임 후 인도와의 관계 봉합에 공을 들였고, 인도 정부도 관계 정상화 시도에 호응하면서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카니 총리의) 이번 방문은 인도·캐나다 양자 관계 정상화의 중요한 시점에 이뤄진다"며 "상호 우려와 민감 사항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건설적이고 균형 잡힌 파트너십을 추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이후 호주를 방문해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회담하고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캐나다 총리의 호주 의회 연설은 약 20년 만이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카니 총리 방문 기간 호주와 국방·해양 안보, 핵심 광물, 무역, 첨단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번 호주 순방단에는 캐나다 재계 및 연기금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를 도모한다.
카니 총리는 마지막 순방지로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한다.
일본 순방 기간 캐나다는 청정에너지, 첨단 제조업, 핵심 광물, 식량 안보 분야의 상호 투자와 파트너십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 총리는 안보·국방 분야의 공동 노력 강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순방을 앞두고 낸 성명에서 "더욱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캐나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큰 확실성, 안보, 번영을 국내에서 실현하기 위해 해외에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캐나다 역시 중견국으로서 안보와 공유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카니 총리는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국방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담은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 수립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과 캐나다는 전날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 데이비드 맥귄티 캐나다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양국 간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비밀정보보호협정은 상대국과 교환되는 군사 및 방산 비밀정보를 자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국방 조달,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다지기 위한 기반이 된다.
이 같은 협정 체결은 한국이 최대 60조원대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를 놓고 독일과 최종 결선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협정 체결이 카니 총리가 역설한 '중견국 연대'와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전날 협정 체결 후 한·캐나다 장관 공동회견에서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의 글로벌 무역 질서는 완전히 재편되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가 최근 6개월간 4개 대륙에서 12개의 협정을 체결하며 무역 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방·안보와 경제적 성과는 분리할 수 없는 시대가 됐고 외교정책에서 이 두 축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한국은 캐나다의 주요 무역 상대국 10위권 국가이고, 양국 관계는 상당히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캐나다의 이런 외교 전략을 고려,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 성사 시 한·캐나다 양국이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오타와 공동 회견에서 캐나다 측에 한국 방산업계의 기술력과 한국 기업의 캐나다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이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캐나다가 태평양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한국과 함께 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오늘 회의에서 알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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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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