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램파드의 아이들'이 될 줄 알았던 양민혁(20, 코번트리 시티)이 주전 경쟁은커녕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코번트리는 26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의 브래몰 레인에서 열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3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이 축제 분위기 속에 양민혁의 자리는 없었다.
양민혁은 지난 미들즈브러전과 웨스트 브롬위치 앨비언(WBA)전에 이어 무려 3경기 연속으로 경기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야말로 '투명 인간' 취급이다. 가장 최근 출전 기록이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의 고작 '1분'이었다는 점을 복기하면, 현재 코번트리 내 양민혁의 입지는 바닥을 넘어 지하까지 추락한 셈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장밋빛이었다. 지난 겨울 이적시장, 양민혁은 포츠머스에서의 임대 생활을 조기에 정리하고 토트넘으로 복귀한 뒤 곧바로 코번트리행을 선택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출신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직접 나서 양민혁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당시 양민혁은 "램파드 감독님이 나를 어떻게 활용할지 명확하게 설명해 주셨다. 이곳이 내게 적합한 곳이라는 확신을 주셨다"라며 램파드의 '말발'에 전적으로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램파드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코번트리 합류 이후 양민혁이 소화한 시간은 단 4경기, 총합 101분이다. 램파드가 장담했던 '명확한 활용 계획'은 경기장 밖에서 훈련만 지켜보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차라리 포츠머스에 남는 것이 백번 나은 선택이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비록 포츠머스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양민혁은 최소한 16경기에 출전해 764분을 뛰며 실전 감각을 유지했다. 하지만 선두 싸움이 한창인 코번트리의 램파드 감독에게 '어린 임대생'의 성장을 기다려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현지 언론 '코번트리 텔레그래프'의 분석은 더욱 냉혹하다. 매체는 "램파드 감독은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우승에 필요한 두터운 스쿼드를 확보했다. 이제 매주 5명의 선수가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토트넘에서 온 양민혁은 벤치에도 앉지 못하며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램파드 감독이 자신의 우승 커리어를 위해 양민혁을 단순한 '보험용 옵션'으로 영입했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양민혁의 계약에 '의무 출전 조항'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원소속팀 토트넘의 안일한 행정이 부른 참사다.
램파드 감독은 셰필드전 직후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보는 것(훈련)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미니(양민혁의 애칭)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출전 보장 약속 같은 건 없다. 훈련에서 자격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싸늘하게 선을 그었다.
말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선두 경쟁이 치열한 시즌 막바지에 검증된 베테랑들을 제치고 20살의 임대생이 훈련만으로 램파드의 마음을 돌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램파드 감독은 "매주 선수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고압적인 태도로 양민혁과의 소통조차 거부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 선수에게 '실전 경험'은 생명과도 같다. 벤치에도 앉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시간은 양민혁의 재능을 좀먹는 독과 같다. 램파드의 이름값에 속아 출전 시간 보장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호랑이 굴로 뛰어든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토트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애지중지 키워야 할 유망주를 '방치형 임대'로 내몰며 커리어를 꼬이게 만든 무능한 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