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의 경험으로 보아,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한국빌딩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PADO(파도) 광화문클럽 특강에서 고전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보여주는 ‘인내’의 덕목을 강조했다. 그는 “공직의 법률가로서 30년 동안 지낸 경험으로 볼 때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지 않아야 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에 있는 후배들에게도 “아무리 일을 잘해도 하지 않아야 될 일을 한 번 잘못하면 모든 것은 다 무너지게 돼 있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트로이전쟁 이후 10년간 유혹과 고난이 가득한 귀향길을 버텨낸 오디세우스의 수식어 ‘폴뤼틀라스(polytlas, 참을성이 많은)’에 대해 설명하면서다.
이 전 총장은 “오디세우스가 ‘이미 많은 고통을 참았으니 설사 난파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참고 견디겠노라’고 한 이야기를 마음속에 항상 담아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디세우스다”라며 “우리 모두가 오디세우스”라고 강연 주제를 정리했다.
이날 강연에는 이광형 KAIST 총장 등 대학교수와 법조ㆍ외교 관련 인사 약 6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전 총장의 강의 도중 흥미로운 부분에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주요 내용을 필기하는 등 정식 강의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전 총장은 지난해 9월부터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 석학교수에 임용돼 강단에 서고 있다. KAIST 부임 전에도 여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후배 법조인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했다. 다른 많은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이 대형 법무법인 등에 취업해 변호사로 활동했던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다.
그는 오는 10월 폐지될 예정인 검찰청에서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한 마지막 총장이다.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을 맡아 ‘윤석열 사단’의 인물로 꼽히기도 했지만 임기 후반에는 ‘반윤(反尹)’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2024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 전담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에 의지를 보였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이 전 총장을 배제한 채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지휘부를 교체했다. 당시 교체 인사 단행 이튿날 출근길에서 이 전 총장은 ‘검찰 인사가 총장과 조율된 것이냐’는 물음에 ‘7초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후 이 전 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이른바 ‘황제 조사’를 자신이 보고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다)”란 경구를 언급하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장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편 법안을 추진하자 “특정 정파 진영과 관계없이 국민 주권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에서 근본이념과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법부 독립에 대해선 존중해야 하고, 독립적인 사법부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논어』와 『맹자』 등의 고전을 인용해가며 강연을 이어갔지만, 이를 최근 정세와 연결하거나 현안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