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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마리 하루새 잿더미"…소·닭·돼지 '도미노 전염'에 생지옥

중앙일보

2026.02.26 12:00 2026.02.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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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한 산란계 농장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선남면 신부리 한 산란계 농장. 흰색 방역복을 입은 방역당국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농장 입구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에는 ‘농장통제초소’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통제초소 앞을 오가는 차량은 바퀴에 소독제를 뿌린 뒤에야 출입할 수 있었다. 이 출입구를 제외한 다른 통로는 차단선을 쳐 아예 출입을 막아둔 모습이었다.


이 농장은 지난 23일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되고 다음날인 24일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이 농장에 초동대응팀을 투입해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사육 중인 산란계 25만여 마리를 긴급 살처분했다. 지금은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농장 매몰, 잔존물 처리 등 작업을 진행 중이다.
26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한 산란계 농장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또 반경 10㎞ 내 사육농가 9개 농장 79만여 마리에 대해 예찰·정밀검사를 실시하고 방역지역에 따른 이동통제초소 설치, 차량·인력에 대한 통제와 소독을 강화했다.


같은 날 전북 김제시 공덕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됐다. 이 농장에서도 사육 중인 산란계 8만1000마리를 살처분하고 정밀 검사와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2025~2026년 동절기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전국 가금농장은 49곳에 이른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가 감소하지 않은 데다 철새 또한 약 130만 마리가 국내에 서식하는 기간이어서 AI 추가 발생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27일부터 AI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방역당국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농장 내 유입 차단을 위해 3월 한 달간 전국 산란계 농장에 출입하는 사람·차량·물품 등에 대해 불시 환경검사를 실시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AI뿐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3일 경남 의령에서 ASF가 발생해 돼지 1만643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전국에서 ASF가 20건 발생해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경남 지역에서 지난 4일 창녕의 한 농가를 시작으로 ASF가 확진된 것은 2019년 9월 국내 돼지 농가에 ASF가 첫 발생한 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달 17일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강원 강릉시 한 양돈농가에서 살처분 작업 굴착기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AI와 ASF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도 있다. 지난 15일과 19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와 한탄강변, 양지리 토교저수지 일대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이어 지난 20일엔 철원군 서면에 있는 양돈농장에서 ASF도 발생했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해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과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4500여 마리는 모두 살처분했다.


방역당국은 발생 농장 살처분과 소독, 방역 지역과 역학 관련 농장 이동 제한, 예찰·정밀검사 등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AI와 ASF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구제역도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우 농장(133마리 사육)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있다는 신고에 따라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구제역 발생을 확인했다. 지난달 30일 인천 강화에 이어 두 번째 구제역 발생이다.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구산동의 소 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진돼 방역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양주시·김포시, 서울시 전체 우제류 농장(1092호, 20만 마리)에 대해 긴급 예방접종 및 임상검사를 실시하고, 전국 우제류 농장을 대상으로 추가로 전화 예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15일까지 전국 소(8만1000호, 361만3000마리)와 염소(1만6000호, 2만9000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일제 접종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돼지·닭·오리 등 가축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AI와 ASF가 동시 발생한 강원 철원군 한탄강 일대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은 3·1절 연휴 단체 예약이 취소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음식점주는 “주상절리길이나 안보관광을 계획했던 관광객들의 취소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동식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2월이 마무리되는 시기에도 ASF, 고병원성 AI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농장 출입 통제, 소독 등 기본적인 차단방역 수칙 등 방역조치를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석.박진호.김준희.안대훈.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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