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옥중 사망)과의 교류 사실이 드러난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총재가 자진 사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브렌데 총재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심사숙고 끝에 WEF의 총재 겸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8년 반 동안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외무장관 출신인 그는 2017년부터 WEF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문건에 60여 차례 이름이 등장하면서 내부 조사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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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데, 엡스타인과 만찬·연락 정황
문건에는 브렌데 총재가 엡스타인과 세 차례 비즈니스 만찬에 참석했고, 이후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담겼다.
브렌데 총재는 2018년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전직 노르웨이 외교관 테리에 뢰드라르센의 초청으로 엡스타인이 참석한 만찬에 갔으며, 이듬해에도 외교관·기업인들과 두 차례 더 자리를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엡스타인을 ‘미국인 투자자’로 소개받았으며, 과거 범죄를 알았다면 모든 초대와 연락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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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F “추가 우려 없다”…임시 체제 전환
WEF 공동의장 안드레 호프만과 래리 핑크는 이날 별도 성명에서 외부 법률 자문을 통한 독립 조사가 완료됐으며, 기존에 공개된 내용 외에 추가 우려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브렌데 총재의 사퇴에 따라 알로이스 츠빙기가 WEF 임시 총재 겸 CEO를 맡는다. 이사회는 향후 지도부 전환 절차를 감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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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재계로 번진 파장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 공개의 여파는 유럽 정계와 왕실로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이 엡스타인과의 인연이 드러나 파리의 아랍세계연구소(IMA)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노르웨이에서는 브렌데 총재 외에도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와 메테마리트 왕세자빈 등이 거론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계와 재계에서도 사퇴가 잇따랐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과거 외도 사실을 인정했고, 엡스타인에게 불륜 상담을 한 사실이 확인된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교수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토머스 프리츠커 하얏트 호텔즈 코퍼레이션 집행역 회장도 최근 사퇴했다.
영국에서는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된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가 왕자 칭호와 훈장을 박탈당한 데 이어 왕위 계승 순위에서도 제외될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