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뒀지만, 웃지 못했다. ‘매출 50조원’이라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상승세가 확 꺾여서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 김범석 의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26일(현지시각) 쿠팡Inc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45억34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기 평균 환율 1449.96원을 적용하면 약 49조1197억원이다. 전년(302억6800만 달러) 대비 14% 성장해 역대 최대 규모지만, 시장에서 전망한 50조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억7300만 달러(약 6790억원)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성장세가 꺾인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고 대응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8억3500만 달러(약 12조8103억원)로, 전 분기보다 5% 감소했다. 쿠팡Inc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2021년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렸던 매출 오름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쿠팡 실적 상승세가 꺾인 데는 개인 정보 유출 사태 영향이 크다. 337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고 이달 들어 16만5000명의 추가 피해자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쿠팡은 정부와 상의 없는 자체 조사 발표와 청문회에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5만원 보상안'도 '쪼개기 쿠폰'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쿠팡Inc 측은 “쿠팡 출신 직원이 3300만개 이상의 쿠팡 사용자 계정에 불법 접근한 사고가 지난해 4분기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며 “다만 최근 성장률은 안정돼 올해 1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김 의장이 처음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육성으로 사과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김 의장은 사과의 뜻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께 끼친 심려와 불편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고객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쿠팡에 심각한 일은 없다, 반드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도 이날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로저스 대표는 “중요한 것은 다른 누군가가 해당 정보를 열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고객 정보가 악용된 사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라며 “쿠팡은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했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약 12억 달러 규모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사고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와 공유해왔다”며 “이번 사고를 해결하고 남는 오해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도록 향후 지속해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