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부활을 위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라피더스에 거액 투자에 나섰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도전하고 있는 라피더스는 대규모 자금 수혈을 받게 되면서 목표 실현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경제산업성은 27일 라피더스에 일본 민간기업 32개사가 1676억엔(약 1조5000억원)을 출자하고, 일본 정부 역시 독립 행정법인인 정보처리추진기구를 통해 1000억엔(약 1조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이번 정부 출자를 포함해 라피더스가 확보한 금액은 약 2750억엔(약 2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소니와 도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등 일본 산업을 대표하는 8개 회사는 일본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2022년 라피더스를 세웠다. 일본 정부 역시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해 라피더스의 홋카이도 공장 건설을 지원사격했다. 미국 IBM의 기술 지원을 받고 있는 라피더스가 도전하고 있는 것은 2나노(1나노는 1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 지난해 7월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면서 2027년 양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자금 부족 상황에 직면했다. 거액 시설투자가 수반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본격 양산을 위해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오는 2031년까지 필요한 자금은 약 7조엔(약 64조원). 캐논과 후지쓰, 혼다 등 이번에 라피더스에 신규로 투자하고 나선 기업 수는 24곳으로 이번 투자 유치로 라피더스와 동맹을 맺은 기업은 32개로 대폭 늘었다. 고이케 아쓰요시(小池淳義) 라피더스 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기대 이상의 투자를 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카자와 료세이(赤沢亮正) 경제산업상은 앞서 회견을 통해 이번에 일본 기업들의 출자액이 “당초 예상한 1300억엔(약 1조2000억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민간기업 출자액(73억엔)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투자금이 모인 셈이다.
일본 기업들이 지갑을 연 데엔 파격적인 일본 정부의 지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라피더스 성공을 위해 제도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엔 라피더스 홋카이도 공장 인근에 반도체 거점 신설을 검토하는 등 반도체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껏 일본 정부가 투입한 금액은 약 1조7000억원(약 16조원) 규모다. 닛케이는 정부 출자금과 보조금을 합하면 라피더스에 투입한 자금이 총 3조엔(약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주주인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위해 의결권 지분도 11.5%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신 합병과 임원 선임과 해임 등 중요 경영사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갖기로 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더불어 2나노 시범 생산이 성공하면서 일본 은행들도 움직이고 나섰다. 대형 은행들은 2027년 4월 이후 라피더스에 2조엔(약 18조원)을 융자해주는 방안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이날 고이케 사장은 “고객 확보를 위해 60곳 이상의 기업과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 중인 60곳 중에선 해외 고객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이번에 투자한 기업들은 첨단 반도체를 일본 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라피더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양산 목표까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양산 기술 확립과 고객 확보는 과제”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