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미팅(경청 간담회) 지역 일정은 간단했다. 보통 타운홀미팅 일정 하나만 소화한 뒤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27일 10번째 타운홀미팅이 열린 전북에서는 과거와 달랐다. 전통시장인 전주 신중앙시장과 전북대 피지컬 인공지능(AI) 실증 연구소를 방문했고, 김혜경 여사는 한지 제작 체험도 했다. 무엇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9조원 투자 발표가 이 대통령 방문과 함께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전북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보다 지방이 차별받고, 또 지방 중에서도 영남과 호남이 갈라져 호남이 차별받은 게 역사적인 사실”이라며 “여기에 ‘호남도 같은 호남이냐’라며 호남 안에서도 또 전북이 소외되는 등 이른바 ‘삼중 소외’를 당한다는 게 전북도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소외감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저도 전북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가장 최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인 2024년 자료를 보면 전북은 3798만원으로 9개 도(道) 중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은 4948만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현실적인 대책이 뭐가 될지 고민을 하고 계속 준비를 해서 오늘(27일) 증거를 하나 가져왔다”며 이날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차의 로봇·수소·AI 시티 투자 협약식을 언급했다.
현대차는 협약식에서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일 기업 기준으론 전북에 대한 투자 약속 중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는 AI 데이터센터(5조8000억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4000억원), 수전해 플랜트(1조원), 태양광 발전(1조3000억원), AI 수소 시티(4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는 “7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이번 새만금 투자는 지난 4일 10대 그룹이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한 뒤 밝힌 5년간 270조원 지방 투자 계획 중 처음 발표된 것이다. 협약식에서 이 대통령은 “호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정주영 (선대)회장님께서도 자랑스러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혁신 역량과 풍부한 자원이 합쳐지면 새만금은 최적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기업의 과감한 결단에 정부는 더 과감한 지원으로 화답할 것”이라며 현대차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현대차의 로봇 등 첨단기술 전시를 관람한 뒤 현대차가 소방청에 무인 소방 로봇을 기증한 일을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새만금 개발에 대해 “정치인들이 정치적 입지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인 일들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타운홀미팅에서 지적했다. “대선 때마다 어떻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지부진하게 해서 화나게 했던 아이템”이라며 현실 불가능한 무리한 개발 지원보다는 사업 계획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북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의 지속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년만 시범사업을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계속 (지급을) 해야지, 중간에 하다 말 수는 없는 일”이라며 “성과를 보면서 계속 확대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3 대선에서 전북은 이 대통령에 압도적 지지(82.65%)를 보냈다. 전국적으로 광주와 전남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득표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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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3월 1~4일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이 대통령은 다음달 1∼4일 싱가포르와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다. 1∼3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2일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3일엔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해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