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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Fed처럼 한국도 만들었다…기준금리 전망에 찍힌 '점'의 비밀

중앙일보

2026.02.27 13:00 2026.02.2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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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며 배포한 자료에 그림 하나가 실렸다. 금통위원 7인이 6개월 이후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각각 3개의 점을 찍어 표현하는 ‘K-점도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신호를 주는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의 일환이다.
금통위원 7인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이날 점도표에는 16개의 점이 현 기준금리(연 2.50%)에 찍혔다. 연 2.25%와 연 2.75%에도 각각 4개와 1개의 점이 찍혔다. 적어도 6개월 사이에는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한은은 앞으로 2‧5‧8‧11월 금통위 회의에 이 점도표를 공개하기로 했다. 4번의 회의에서 분기 전망을 발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금통위원들의 통화정책 견해를 함께 내놓겠다는 취지다.


한은이 포워드가이던스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10월부터 한은은 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금리 전망을 제시해왔다. 이창용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구두로 종합 요약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3개월 단위로 시장과 소통하는 것은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단기 시장금리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6개월 이상 장기금리는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3개월 단위의 금리 전망은 메시지가 다소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며 “좀 더 긴 시계에서 시장의 금리 기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들은 2024년 7월부터 13차례 이어진 파일럿테스트에서 직접 점을 찍어보면서 실효성을 점검했다.




'K-점도표', 뭐가 다를까

점도표 개발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점도표도 참고자료로 쓰였다. 다만 19명의 Fed 위원(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12명, Fed 이사 7명)이 각각 1개의 점을 찍는 것과 달리, 한은은 총재를 포함한 7인의 금통위원이 각각 3개씩 점을 찍는다.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확률분포를 잘 나타내기 위해서다.
신재민 기자

또 Fed에선 위원들이 향후 3년의 연말 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것과 달리, 한은은 6개월 후 금리 수준만을 나타낸다. 이 총재는 “우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데다 외환 시장이 충격에 취약해, 한국의 1년은 다른 나라의 3년에 해당하는 것 같다”며 “(전망 시계를) 1년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좀 더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Fed 위원들이 각자 자신이 속한 연은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점을 찍는 것과 달리, 한은 금통위원들은 모두 공통된 한은 자료를 참고한다. 이 때문에 7인의 개별 전망을 각각 표시하는 것이 큰 실효성이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 총재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제 규모가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통위원들이 한은 집행부의 전망에 대해 개별적인 견해를 표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 벗은 점도표에…"시장 착시 줄일 수 있을 것"

시장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던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먼저 반응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연 3.2%를 돌파하면서 급등세를 보였었는데, ‘K-점도표’에서 상반기 금리 동결 가능성을 확인한 뒤 전날보다 0.062%포인트 하락한 연 3.062%에 거래를 마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로 도입된 점도표는 시장금리의 변동성 확대 및 기준금리 전망에 대한 시장의 착시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나 인하기에도 점도표가 시장 소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Fed 등에선 전망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혼란을 가중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한은이 “K-점도표는 현 시점의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한 ‘조건부 전망’”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남는다. 현 금통위원들의 임기가 끝난 뒤 이 같은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위원들이 늘어나면 점도표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통위의 소통 수단을 별도 법‧규정으로 명문화하긴 어려워서다. 포워드가이던스 확대를 중점 과제로 추진해왔던 이 총재의 임기도 오는 4월 만료된다. 이 총재가 이번 점도표 공개 시점을 두고 “제가 취임 후 3년간 준비했던 것이라 마무리하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작용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고 언급한 이유다. 최 국장은 “앞으로 시장 평가가 쌓이면서 점도표가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효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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