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고 막 강하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강하지 않아요. 무척 고단할 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꺼내먹고 스트레스를 풀곤 하지요.”
6·3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잠시 ‘추다르크’ 이미지를 내려놨다. 호통을 치며 민주당식 개혁 법안을 밀어붙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인간 추미애가 보였다. 지난 24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환승연애’를 본따 만든 유튜브 콘텐트 ‘미애로 환승’에서다.
추 위원장은 과거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X룸’이란 공간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특히 가족을 회상했다. 추 위원장은 “놀라시겠지만 저도 세 아이의 엄마”라며 “일하는 엄마로서, 또 아내로서, 우리 아이들과 남편에게 사실 남모르는 미안함이 있다”고 했다.
영상에선 대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한 아버지로부터 배운 ‘섬세한 시각’이 강조됐다. 추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거나 위로하는 등 감수성을 호소하는 장면이 여럿 포함됐다. 2017년 7월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 할머니 빈소를 찾아 이용수 할머니를 포옹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추 위원장은 “아버지께서 ‘역지사지 해라’ 날마다 잔소리하다시피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제 눈에 밟히는 사람들을 제가 외면할 수 없었다. 섬세한 시각으로 사람들을 언제나 지켜봤다”며 “사람을 이해하려는 따뜻한 감수성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추 위원장의 변신은 강성 이미지 탈피 시도에서 비롯됐다. 당내 경쟁자인 김동연 현 경기지사에 비해 중도·보수층에 상대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미지 변화를 꾀한 것이다. 추 위원장 측은 “강성층에만 기대서는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중도·보수층도 지지자로 ‘환승’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개혁의 정치인’에서 ‘경기도민을 위한 행정가’로 환승한다는 의미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경기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조원씨앤에 의뢰해 지난 21일 경기 거주 성인 남녀 1012명을 무선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경지지사 민주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 지사는 31.9%, 추 위원장은 21.6%를 기록했다. 진보층에선 54.2%가 추 위원장을, 23.8%가 김 지사를 지지했지만, 중도충에선 김 지사 34.7%, 추 위원장 20.9%의 지지도를 보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추 위원장 입장에선 중도·보수층 공략도 중요하지만 당내 경선을 뚫기 위해 강성 행보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종의 딜레마인 셈이다. 실제 추 위원장은 ‘사법 3법’ 중 하나인 법 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을 민주당 지도부가 수정하자 반대 입장을 밝혔고, 급기야 지난 26일엔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집토끼 잡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집토끼가 추 위원장에 환호하는 건 저돌성과 우직함이다. 이는 김 지사와 각을 세울 수 있는 포인트라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 전직 의원은 “경기지사 당내 경선의 키포인트는 친명 표심 잡기”라면서도 “강성에 강성을 더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라 강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