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재임 시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의 도색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에어포스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해질 것이다. 빨강·하양·파랑이 될 것”이라며 기존 디자인보다 “더 애국적인(something more patriotic)” 외관을 원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ABC뉴스 인터뷰에서는 직접 빨강·하양·파랑으로 칠해진 도안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무산됐다. 새로 도입될 보잉 747-8 기종의 개조 일정이 지연된 데다, 제시된 도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전용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과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계획이 사실상 폐기됐다.
그로부터 약 8년.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재도전에 나섰다. 미 공군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으로 개조 중인 보잉 747-8i 항공기 2대와, 지난해 카타르 정부가 기증한 보잉 747 항공기 1대에 새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부통령과 각료, 연방의회 의원들이 이용하는 보잉 757-200 항공기 4대 역시 같은 색상 체계로 재도색 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국기 색’ 중심의 도안이 사실상 공군 기단 전체로 확장되는 셈이다. CNN은 “카타르가 기증한 보잉 747 항공기가 이르면 올여름부터 운항을 시작할 수 있으며, 정부 고위 인사들이 이용하는 보잉 757-200 항공기 4대 중 1대는 이미 재도색을 마치고 수개월 내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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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싫어한 ‘케네디 블루’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았던 현행 디자인은 어떤 것일까. 현재의 에어포스원 외관은 1962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과 산업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로위는 코카콜라 병, 인공위성 등 대중들의 산업 생산품 소비를 가속화시킨 프랑스 출신의 1세대 디자이너다. 이른바 ‘케네디 블루’로 불리는 연한 하늘색(seafoam blue)과 흰색 조합의 창시자다.
당시 로위는 기존 군용기 특유의 붉고, 주황색인 도색을 두고 “요란하고(garish)”, “지나치게 군용기 같다(too much like a military plane)”고 비판했다. 그는 군사적 색채를 걷어내고 대통령의 품격과 세련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제안했다. 동체에는 ‘U.S. Air Force’ 대신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를 표기했고, 활자체는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영감을 받았다.
새 도색은 곧바로 호평을 받았다. 군용기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벗고 부드럽고 현대적인 인상을 준다는 평가와 함께, “낙관, 젊음, 새로운 접근을 상징한다(CNN)”는 해석도 나왔다. 이는 당시 케네디 행정부가 내세운 ‘젊은 미국’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었다.
이 디자인은 이후 60년 가까이 유지됐다. 1990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747 기종이 도입될 때도 외관 색은 그대로였다. 대통령 전용차와 집무실 내부가 정권에 따라 자주 바뀌는 것과 달리, 에어포스원 외관은 초당적 상징처럼 이어져 온 셈이다.
에어포스원은 단순한 항공기가 아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가장 먼저 카메라에 포착되는 미국의 얼굴이자, 세계 무대에서 권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을 뜻한다. 활주로에 내려서는 순간, 그 외관 자체가 외교적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도전은 단순한 디자인 논쟁을 넘어 그간 자신이 강조해온 애국주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