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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받은 상가, 무효될 수도" 재판소원 도입 대혼란 예고

중앙일보

2026.02.27 13:00 2026.02.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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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헌법소원 청구 대상에 ‘법원의 재판’이 포함됐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민주당의 사법 3법 강행 처리에 반발해 법원행정처장직에서 사퇴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중에서 대정부·국회 업무를 전담한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으로 사실상 ‘4심제’가 현실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혼란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사·형사·가사·행정 등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소송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를 명분으로 불복하면 확정판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헌재에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할 수 있고, 헌재 결정에 따라 수년 혹은 십수년 후에 국민의 법적 상태가 돌연히 뒤집힐 수 있게 됐다.

헌재의 재판소원 대상은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나 재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때 등이다. 법원의 재심이 절차적 중대한 하자 등에 한정돼 사유가 엄격히 제한되는 것과는 다르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다투는 사건 중에 기본권과 관련되지 않은 게 없다”며 “변호사들은 모든 것을 기본권 침해라고 끌어와서 소송을 제기하려 할 것”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이혼 후 재혼했다가, 중혼 날벼락 될수도”

우선 가족관계 형성 등 법적인 신분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있다. 대법에서 이혼 확정판결을 받고 자녀의 양육권을 얻은 A씨가 다른 사람과 재혼을 하더라도 전 배우자였던 B씨가 재판소원을 청구해 대법 판결이 취소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A씨의 재혼은 중혼이 되고 양육권 확보 여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판결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대법 판결을 마친 뒤 재판소원을 할 수 있는 30일의 기간 혹은 재판소원 청구시 각하 결정이 나기 전까지 A씨 같은 사건 당사자는 불안함에 떨 수 있다.

헌재는 예상치 못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청구인이 아닌 재판의 다른 당사자에게도 헌재에 의견을 제출하거나 필요한 경우 헌법재판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협의 이혼이 되지 않아 세 번의 소송 끝에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A씨에게는 기회가 아닌 새로운 족쇄가 될 수 있다.

누가 법적으로 상속인이 되는가를 확정하는 핵심 절차인 친생자관계확인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친생자관계확인 소송은 어떤 사람이 법률상 자녀(친생자)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상속 분쟁에서 이미 재산을 점유하거나 등기를 확보한 사람처럼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소송을 지연시키는 게 이익이 된다. 재판소원으로 점유 중인 재산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상속회복청구권 소멸시효를 마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편은 반대로 소송비용 압박 등에 내몰리게 된다.

김경진 기자


소송지연 혹은 버티기 전략으로 변모

명도소송에서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는 임대인 측이 재판소원을 소송지연 전략으로 쓰는 꼼수의 장도 열린다. 앞으로 명도소송에서 건물주가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도 임차인이 재판소원을 청구하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버리면 된다. 기존에는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신청 등이 가능했을 뿐이지만, 재판소원 청구시 헌재는 종국결정 선고 때까지 청구 대상이 된 재판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임대인이 재판소원을 버티기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산 또는 회생을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하고자 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자가 재판소원 등으로 추가 불복 절차를 제기할 경우도 신속한 경제적 재기가 지연되게 된다.

강제집행을 통한 경매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강제경매 절차를 통해 한 상가건물을 낙찰받은 C씨가 기존 임차인들과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경매의 기초가 된 확정판결이 재판소원으로 취소되는 경우다. 이때 C씨의 소유권 취득은 무효가 된다. 이미 지급한 매각대금은 어떻게 돌려받을지, 그 사이 발생한 임대수익은 누구의 것인지 등 경제적 손실과 법적 분쟁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개인간 소송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회사의 합병이나 신주발행 등의 행위가 무효로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헌재는 가처분 인용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인용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판사 출신 변호사는 “만약 경매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1%라도 존재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사람들은 강제경매 절차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며 “명도소송이나 보증금 반환소송에서는 권리구제의 실질성 약화, 파산·회생절차에서는 신속한 법적 안정 훼손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돈 많은 사람이 이긴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인용돼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는 일부에 지나지 않아 예상하는 혼란상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했다면 분쟁의 신속한 해결보다 잘못된 재판을 바로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법조계에서는 독일, 스페인 등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1명을 구하기 위해 원치 않는 나머지 999명이 헌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받을 때까지 끌려다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고법 판사는 “법원은 3심 구조 안에서도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리하고 위헌 소지가 있으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다”며 “재판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짧아도 수년, 길면 십수년에 달할만큼 시간이 걸린다”며 “십수년 후 어느날 갑자기 국민의 재산과 가족관계가 송두리째 뒤집히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고등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는 “재판소원 도입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돈 많은 사람이 버티면 이기는 재판이 돼버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보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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