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챗GPT 앱 설치 12만건 감소...구글 제미나이는 7만건 증가 [트랜D]

중앙일보

2026.02.27 14: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가벼운 질문은 챗GPT에게 하지만 업무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일은 제미나이에게 주로 맡긴다. 구글 내 여러 인공지능(AI)이 서로 연결돼 있어 편하기 때문이다.”

20대 직장인 마모씨는 최근 업무 과정에서 구글이 개발한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사용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나노바나나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노트북LM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연계해 곧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던 챗GPT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제미나이를 활용하는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제미나이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2만3647명으로, 서비스 출시 후 처음으로 MAU 1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챗GPT의 MAU는 약 1529만명으로 여전히 압도적이나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제미나이가 더 가파르다. 챗GPT의 MAU가 전월(약 1384만명) 대비 3.3% 증가했다면 제미나이는 같은 기간 9만4760명으로 30.5% 증가율을 보였다.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3. 수십 년간 쌓아온 AI 인프라와 생태계는 구글의 강점으로 꼽힌다. 사진 구글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5일 발표한 ‘주례 생성형 AI 이용 동향조사’에 따르면 국내 18~65세 성인 1600명 가운데 AI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자는 75%로 집계됐다. 모델별로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챗GPT가 60%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제미나이의 이용률도 25%로 적지 않았다. 신규 앱 설치 건수에서도 제미나이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제미나이의 신규 앱 설치 건수는 45만8901건으로 전월 대비 7만7000건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챗GPT는 77만6297건으로 전달 대비 12만건 가량 줄었다.

제미나이, 구글 생태계 앞세워 확장
IT 업계에선 제미나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구글의 방대한 생태계를 꼽는다. 구글은 검색엔진을 중심으로 텍스트·영상·음성·이미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통합한 멀티모달(Multimodal) 전략에 한창이다. 지난달에는 자사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3를 검색엔진 구글에 통합하며 서비스 접점을 확대했다. 사용자는 AI를 활용해 웹사이트를 탐색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지메일과 구글 캘린더를 연동해 일정을 관리하거나 유튜브에서 자동 자막을 생성하는 등 일상적인 서비스 전반에 AI 기능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구글은 AI 인프라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클라우드·반도체·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종합 AI 인프라 사업자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7세대 AI 칩 아이언우드(Ironwood)가 대표적이다. 아이언우드는 구글 클라우드 AI 슈퍼컴퓨팅 시스템 ‘AI 하이퍼컴퓨터(AI Hypercomputer)’의 핵심 하드웨어로 컴퓨팅과 네트워킹·스토리지·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시스템 전반의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한다. 구글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운용하던 텐서처리장치(TPU) 생태계도 외부에 개방하며 AI 생태계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6일(현지시각) “구글이 메타에 자사 AI칩 TPU를 제공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이번 컴퓨팅 임대 계약 외에도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직접 공급받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번 계약은 구글이 AI 인프라 전반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구글과 애플의 협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 구글은 지난해 애플과 제미나이 모델 및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는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애플이 개발 중인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pple Foundation Model)’에 구글의 기술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은 자체 생태계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 중인 기초 대형언어모델(LLM)로 음성 비서 시리(Siri) 등의 핵심 기반 기술로 거론된다. 애플은 2024년부터 시리에 AI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혀왔으나 그동안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업계에선 차세대 시리가 제미나이3와 통합될 경우, 사용자의 화면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수행하는 등 개인화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델 성능 고도화 역시 구글 제미나이 전략의 한 축이다. 구글은 지난 19일 ‘제미나이 3.1 프로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제미나이 3.1의 후속 모델로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추론 성능을 대폭 높인 게 특징이다. 복합적인 주제를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서로 다른 데이터를 통합해 하나의 관점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개선됐다. 특히 제미나이 3.1 프로 프리뷰는 AI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 ‘ARC-AGI-2’에서 77.1%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전작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AI 에이전트’ 역량 강화하는 오픈AI
오픈AI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과 협력해 기업용 AI 에이전트 도입을 가속하는 전략을 택했다. 단순히 생성형 AI 모델 판매를 넘어 기업 핵심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챗GPT 로고. EPA=연합뉴스
오픈AI는 지난 24일 액센추어·보스턴컨설팅그룹(BCG)·캡제미니·맥킨지앤컴퍼니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 4곳과 손잡고 ‘프론티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컨설팅 기업들은 오픈AI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상대로 AI 수립 전략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글이 자체 생태계에 주력하는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동안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 슬랙의 CEO였던 데니스 드레서를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영입한 바 있다.

기업 중심 전략은 AI 에이전트 역량 강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오픈AI는 에이전트형 코딩 모델을 고도화하며 개발 업무 자동화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코딩에 특화된 ‘GPT-5.3-코덱스’를 공개한 데 이어, 경량화 버전인 ‘GPT-5.3-코덱스-스파크’도 선보였다. 오픈AI는 “GPT-5.3-코덱스는 지금까지 공개한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에이전트형 코딩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픈AI는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관리·운영할 수 있는 코딩 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여기에 GPT-5.3-코덱스가 추가되며 코딩 에이전트의 역할도 한층 확장하고 있다. 단순 코드 작성이나 리뷰를 넘어 테스트 생성, 디버깅,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개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과 오픈AI 간 생태계 선점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지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