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압박? 전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애들이 뛸 힘조차 없다".
영국 ‘데일리 메일’의 맷 바로우 기자는 27일(한국시간) “이고르 도르 감독이 토트넘 선수들의 처참한 체력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의 전매특허인 공격적 전술 도입을 전격 보류했다”라며 “강렬한 맨투맨 압박을 선호하는 투도르지만, 지금의 토트넘은 그 전술을 버텨낼 ‘엔진’이 아예 꺼져버린 상태”라고 보도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소방수로 투입된 투도르 감독이 임시 감독이 부임 단 2주 만에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화끈한 공격 축구로 팬들을 달래려던 계획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엉망진창인 선수단의 체력 상태를 마주한 투도르의 눈앞에는 이제 '강등'이라는 두 글자만 선명하게 박혀 있다.
토트넘의 현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지난 23일 열린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1-4로 무참히 짓밟힌 토트넘은 리그 9경기 연속 무승(4무 5패)이라는 기록적인 부진에 빠져 있다. 순위는 16위. 강등권과의 격차는 단 승점 4점 차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토마스 프랭크를 거치며 팀은 만신창이가 됐고, 투도르는 이 거대한 난장판을 물려받았다.
투도르 감독은 아스날전 대패 이후 선수단의 체력 수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겠다. 우리 팀의 체력은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려면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나쁘면 전체 시스템이 붕괴된다. 지금 우리 애들은 공격하러 올라갔다가 수비하러 복귀할 힘도 없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실제로 투도르 감독은 부임 직후 자신의 오른팔인 리카르도 라냐치 체력 코치를 대동해 '지옥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공 없이 뛰는 훈련을 극도로 싫어하는 요즘 선수들의 취향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투도르는 "선수들이 싫어하는 걸 고민할 시간이 없다. 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채찍을 들었다. 100야드(약 91m)에 달하는 피치를 쉴 새 없이 왕복해야 하는 투도르식 '공포 훈련'에 일부 주축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정신력이다. 투도르 감독은 현재 토트넘 라커룸에 퍼진 '패배주의'와 '유약함'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이 클럽에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어린 선수들이 팀을 돕기 위해 영입됐지만, 지금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이라며 "울면서 핑계 댈 건가 아니면 공을 달라고 소리치며 골문을 지킬 건가? 그건 선수들 각자의 선택"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아스날전 패배에 대해 그는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 우리 팀이 진정한 전사인지 확인하려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날 우리 팀에 군인(전사)은 없었다"라고 뼈아픈 진단을 내렸다. 주장이었던 손흥민이 떠난 뒤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사라진 가운데, 투도르가 본 토트넘 선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 눈치만 보며 뒷걸음질 치는 '겁쟁이'들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제 토트넘에게 남은 것은 처절한 생존 게임이다. 투도르 감독은 당장의 성적보다 '엔진에 연료를 채우는 작업'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기술적인 축구, 재미있는 축구는 사치다. 당장 2부 리그로 떨어질 판에 전술을 논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과연 '독설가' 투도르의 스파르타식 훈련과 정신 개조가 무너진 토트넘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일요일 풀럼 원정을 앞둔 토트넘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살벌하다. 뛰지 않는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투도르의 엄포가 토트넘 선수들을 '전사'로 각성시킬지, 아니면 갈등의 기폭제가 되어 강등의 방점을 찍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