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김모씨는 2019년 서울 관악구의 사회주택 아츠스테이 신림점에 입주했다. 당시 학생이라 모아둔 돈이 부족해 보증금 5200만원은 부모님 도움으로 마련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공공사업이라 돈을 떼일 위험이 없단 생각에 안심하고 계약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해 9월 퇴거할 때 보증금 일부인 32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임대인인 주식회사 안테나는 김씨에게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당장 줄 돈이 없다며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면 차액을 마저 정산하겠다고 했다. 김씨처럼 보증금 일부 혹은 전부를 받지 못한 청년은 지금까지 5명, 미반환된 보증금 총액은 2억2200만원이다. 아츠스테이 신림점에 남아 있는 주민 17명은 자신이 퇴거할 때도 보증금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와 함께 시세의 80% 수준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서울주택토지공사(SH)가 소유·매입한 토지를 민간 사업자가 장기 임대해 건물을 짓거나 SH가 소유·매입한 노후주택을 민간 사업자가 임대해 리모델링한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시 내 105개의 사회주택 사업장이 운영 중이다.
사회주택에서 보증금이 미반환되는 사고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성북구 ‘콘체르토 장위’와 마포구 ‘아츠스테이 성산1호점’에서 7가구가 보증금 총 3억44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중 아츠스테이 성산1호점은 이번 피해가 발생한 아츠스테이 신림점과 같은 사업자가 운영하는 주택이다.
━
보증금 미반환, 예고됐다…사회주택 보증보험 가입률 5.7%
사회주택에서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번 피해도 예견된 일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회주택 중 대부분이 전세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기에, 민간 사업자가 경영난 등을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입주민이 구제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SH에 따르면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장 105곳 중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은 26곳 뿐이다. 이 중 보증보험에 가입된 사회주택은 단 6곳(5.7%)이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난 아츠스테이 신림점도 현재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월 아츠스테이 신림점에서 퇴거했으나 보증금 4000만원을 받지 못한 A씨(36)는 “사업자가 돈이 없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보증보험 가입이 안 돼 있어 법적으로 보증금을 청구할 방법이 없다니 답답하다”고 했다.
서울시와 SH의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2015년 사회주택 운영을 시작한 주식회사 안테나는 2019년부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아츠스테이 성산1호점에서 2억3000만원 규모의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SH가 사업자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며 수습에 나섰으나 유사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아츠스테이 신림점 임차인들은 서울시가 보증금 미반환 예방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A씨는 “사업자가 오래전부터 재정 위기였고 지난해 다른 지점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퇴거 후에야 알게 됐다”며 “사업자가 위기란 걸 서울시와 SH가 진작 알았을 텐데 왜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SH는 지난해 10월쯤 주식회사 안테나 측이 보증금 미반환 사실을 알려와 입주민 보호책을 마련 중이었단 입장이다.
서울시와 SH는 입주민을 위한 보호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퇴거 임차인에게는 SH가 보증금을 우선 반환하고, 거주 중인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업체에 건물 관리를 위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년안심주택서도 잡음 잇따라 한편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서울시의 다른 공공주택 사업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와 민간 시행사가 함께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에선 2024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2024년 도봉구 한 청년안심주택에서 입주자 6명이 보증금을 받지 못했고, 지난해 동작구 COVE는 일부 세대가 가압류됐다. 송파구 잠실센트럴파크는 지난해 2월 강제 경매 개시 결정을 받았다. 모두 민간 시행사의 사정이 어려워진 것이 원인이었다.
공공주택의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최경호 탄탄주택협동조합 감사는 “사업자의 위기가 곧 세입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를 끊어낼 수 있는 차단 장치를 시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보증금 일부를 시가 관리하거나 사업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를 시가 꾸준히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