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실망한 야구팬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별리그 1경기 등판을 예고한 미국 대표팀 좌완 투수 타릭 스쿠발(29·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이 괜한 말로 또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야구 팟캐스트 ‘플리핀 배츠’에 출연한 스쿠발은 WBC 출전과 관련해 “나를 포함해 모든 관계자들이 1경기 등판 결정에 동의했다”며 “타이밍 문제다. 아이스하키처럼 대회가 시즌 중에 열렸다면 미국대표팀을 위해 2경기를 던지는 데 아무 문제없었을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이 던졌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받은 현존 최고의 투수 스쿠발은 WBC 미국 대표팀에 발탁됐다.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수상한 폴 스킨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함께 초강력 원투펀치를 구축하며 기대감을 잔뜩 높였는데 조별리그 1경기만 던지고 소속팀 디트로이트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팬들의 김이 팍 샜다.
스쿠발은 미국이 결승전에 올라가도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겠다”며 구경꾼을 자처했다. 대표팀에 발만 살짝 담갔다가 빠지는 것이다. 유일하게 던지는 경기도 중요성이 큰 토너먼트가 아니고, 조별리그 약체 영국전이라는 점도 실망스러운 요소.
스쿠발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99~101마일로 4~5이닝을 던질 체력이 쌓여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투구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때 부상이 발생한다. 그 부분을 우려했고, 구단과 에이전트 모두 동의했다”며 “대회가 시즌 중간에 열렸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것이다. 시기가 문제다. 여러 나라의 최고 선수들이 일부 빠져야 하는 게 안타깝다. 난 미국인으로서, 제한적인 역할이지만 팀 USA 선수로서 정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쿠발은 지난 24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31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시속 98.9마일(159.2km)로 측정됐다. 조금씩 이닝, 투구수를 늘리는 단계에 있다. 스쿠발뿐만 아니라 모든 선발투수들이 그렇다.
WBC는 3월에 열리는 대회 시기가 늘 화두다.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이 예년보다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따른 부상 위험과 피로 누적도 크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시즌 중반이나 종료 후 개최 방안도 고민했지만 결국 3월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냈다.
[사진] 디트로이트 타릭 스쿠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스쿠발 입장에서 보면 1경기만 등판하고 빠지는 게 실리적인 선택이다. 커리어에 대표팀 경력을 추가하며 시즌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과 끝까지 함께하지 않고 중간에 빠지는 것은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쿠발보다 실력은 떨어져도 진정성을 갖춘 선수가 대표팀에 나와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끝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해 46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며 애국심을 한껏 고취시켰다. 스쿠발도 “하키 경기를 보면서 즐거웠고, 선수들 인터뷰를 들으면서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솟구쳤다.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게 아주 멋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분위기가 미국 야구 대표팀에도 이어졌다. 이번 WBC에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중심으로 투타에서 베스트 전력을 꾸리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는데 스쿠발이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스하키와 비교해 시즌 중 대회가 열렸으면 다 던졌을 거라는 스쿠발의 발언은 어쭙짢은 변명에 불과하다.
모든 투수들이 스쿠발 같진 않다. 스킨스는 “우리가 계속 이겨서 더 높이 올라간다면 토너먼트에서 다시 던질 것이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스쿠발의 1경기 등판에 따라 스킨스와 원투펀치를 이루게 된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대표팀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선수들과 대회 내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며 동료애를 보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