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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업비밀 탈취 공범들끼리 누설·전달도 처벌해야”

중앙일보

2026.02.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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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공범들이 범행 과정에서 서로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행위 역시 유출 범행과는 별도의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피고인들에게 일부 무죄를 판단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되돌려보냈다.


피고인 7명은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회사에 근무하며 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 회사 프로그래밍 반도체 회로도와 부품리스트 등을 서로 전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를 중국 회사에 이직한 공범에게 넘겼다.

1·2심은 모두 이들을 유죄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모두 징역 1~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영업비밀을 유출한 뒤 중국회사를 거쳐 국내 법인으로 이직해 기술을 개발에 활용했다”며 “연구개발에 투입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헛되게 하고,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다만 법원은 공범 7명이 자신들끼리 서로 자료를 주고받은 행위는 “영업비밀을 사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보고 따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들이 자료를 서로 주고받은 건 범행 자체가 아닌 범행 수단이므로, 영업비밀 ‘사용’ 외에 ‘누설’ 혐의로 별도로 부정경쟁방지법 등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대방과 함께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했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이를 넘겨주고 넘겨받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데 입법 취지가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의 ‘사용’이 ‘누설’을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별개로 처벌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담당 직무 수행 등을 통해 영업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별도의 취득행위 없이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있다”며 “나아가 영업비밀이 누설, 취득돼 사용되는 경우 불법성이 더 크다”고 했다.

공범끼리 자료 공유 자체를 별도 범죄로 처벌하지 않으면, 처벌 형량에 불균형이 발생한다고도 짚었다. 영업비밀을 넘겨받아 실제로 사용하려다 실패한 사람은 미수범으로 감경을 받는 반면, 단순히 전달만 한 사람은 감경을 받지 못해 오히려 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더 가볍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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