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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망 여파에 중동 물류 ‘비상’…해운·정유·항공업계 긴급 대응

중앙일보

2026.02.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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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에 원유 파이프라인을 합성한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내 해운·정유·항공업계가 일제히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출렁이면서 산업 전반에 복합 충격이 우려된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도입 물량의 69.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해협이 실제로 봉쇄될 경우 에너지 수급과 물류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구조다.

정유업계는 1일 긴급 회의를 열고 사태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는 해협 봉쇄 시 원유 도입의 안정성과 경제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항행 중인 유조선의 안전을 최우선 점검하는 한편 대체 항로 및 스팟(현물) 물량 확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외 지역으로의 공급선 다변화도 거론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컨테이너선. AP=연합뉴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민간을 합쳐 약 7개월분에 달하는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즉각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고환율 상황에서 국제 유가까지 급등할 경우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일부 기대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도 직격탄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인천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KE951편을 회항시켰고, 두바이발 인천행 KE952편을 결항했다. 이어 1일 예정된 동일 노선 항공편도 사전 결항 조치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인천∼두바이 노선을 매일 운항해왔다.

항공업계는 중동 공역 상황에 따라 추가 스케줄 조정을 검토하는 동시에 국제 유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항목으로, 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 인상만으로 모두 상쇄하기 어렵다. 여기에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수익성에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문신학 산업부 차관(왼쪽) 주재로 이란 사태 실물경제 점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 산업부

해운업계 역시 긴장 상태다. SK해운, 팬오션 등 유조선·벌크선 운용사들은 호르무즈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구조다. 과거 중동 위기 때는 미·영 연합군의 호위 아래 콘보이 방식이 운영된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직접 분쟁 당사자로 개입한 만큼 동일한 방식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해외 선사들은 이미 회항이나 우회 운항을 택하고 있으며, 국내 해운사들도 항로 변경 및 비상 운항계획을 점검 중이다. 항로 우회 시 운임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유가와 보험료 인상으로 운용 비용이 급증해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는 사태가 단기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에너지·물류 비용 상승이 국내 기업 수익성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향방이 국내 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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