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글로벌 경제에 ‘검은 월요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국제 유가 폭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한때 185조원 증발했다
1일 블룸버그ㆍ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준관영 통신사인 타스님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선박들에 해협 통항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조선협회 인터탱코는 미 해군이 걸프만 전체와 오만만, 북아라비아해, 호르무즈 해협 등 해당 지역에서의 항해를 경고하며 선박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선박 추적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유조선들은 해협 양쪽에서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최근 몇 시간 동안 여러 유조선은 항해를 중단하거나 회항했다. 미국은 해당 지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에 자국 군사 시설로부터 30해리(약 48㎞)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독일 컨테이너 해운그룹 하팍로이드와 일본의 최대 해운사 닛폰 유센은 해협을 통과하는 자사 선박의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자국의 상선단에게 항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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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 넘을 수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으로 운송되는 원유의 약 26%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23%, 액화석유가스(LPG)ㆍ나프타의 31%도 이곳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은 공식적으로 완전히 봉쇄된 적은 없다. 하지만 미국과 중동지역의 긴장 상태가 촉발될 때마다 ‘최후의 수단’으로 거론됐다.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의 미국 수석 분석가인 매트 스미스는 “중동 지역 국가들의 생산하는 원유의 9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며 “중국ㆍ인도ㆍ일본ㆍ한국 등 4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거의 4분의 3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다우존스 산하 에너지 분석기관 OPIS에 따르면, 이날 이란 해안에서 약 24㎞ 떨어진 주요 수출 터미널인 카르그섬에서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수출의 약 90%가 이 섬을 통해 이루어져 ‘석유섬’이라고 불리는데, 약 700만 배럴의 저장 용량을 갖추고 있다.
미·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달 27일 기준 올해 들어 19.3% 상승했다. 공습을 하루 앞둔 이 날에도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배럴당 72.48달러에 마감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선반영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이후 종가 기준 최고치다. 선물 시장은 주말에 문을 닫아서 시장의 반응을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엔 브렌트유는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의 파생상품 중개기업 IG그룹이 운영하는 개인 투자자용 거래 상품에서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지난달 27일 종가 대비 최대 12% 이상 상승했다.
바클레이즈는 “2일(월요일) 유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란의 수출 차질과 해협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할 경우 전 세계 평균 인플레이션은 0.6~0.7%포인트가 추가될 수 있다.
다만 주요 산유국 OPEC+ 소속 8개국은 1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시장의 혼란에 대비해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원유 증산을 검토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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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한때 185조 증발…“코스피 영향 제한적” 분석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말 휴장 속 24시간 거래되는 코인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한때 6만3000달러대까지 밀렸다가, 한국시간 1일 오전 11시 기준 6만7000달러대를 회복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공습 직후 암호화폐 자산 시장에서 약 1280억 달러(약 185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2일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BCA리서치의 매트 거트켄 수석 지정학 전략가는 “만약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실제 피해가 확인되면, 주식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조정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코스피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거란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매도에도 개인 매수세가 집중되며 단기 수급 충격은 완충될 수 있어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반도체 중심의 대규모 ‘셀온’(지난해 10월 이후 27조원 순매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만 80조 원 가까이 늘어난 상장지수펀드(ETF) 등 개인의 강력한 수급이 증시 하단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며 “최근 장중 반등세 등을 볼 때 개인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오히려 ‘바이 더 딥(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면서 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