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선박 운항 정보업체 머린트래픽의 모회사 케이플러(Kpler) 소속 디미트리스 암파치디스 고위 리스크·컴플라이언스 분석가를 인용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밤 기준 호르무즈해협 통행 선박이 평소 대비 약 7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 통행량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암파치디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가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들 국가의 해상 수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경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선박이 통행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머린트래픽과 폴 스타 글로벌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해협 통과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재무부에서 대이란 제재 집행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태넌바움은 “아직 빠져나갈 수 있을 때 신속히 이탈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군부는 같은 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현재로서는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는 사실상 봉쇄 조치에 준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이 해협을 전면적으로 물리 봉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선별적 나포나 제한적 공격 방식이 현실적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글로벌 유조선 동향을 집계하는 탱커트래커즈닷컴에 따르면 현재 이란 해역에 머무는 유조선은 55척으로, 이 가운데 18척은 원유를 적재한 상태이며 37척은 빈 선박으로 정박 중이다.
호르무즈해협은 북쪽으로 이란, 남쪽으로 오만을 두고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20~3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통행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와 LNG 가격, 해상 운임 전반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