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발표되자, 망명 중인 옛 왕세자 레자 팔레비(65)가 “이슬람 공화국은 사실상 끝났다”며 정권 붕괴를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40여년간 해외에 머물러온 망명 지도자인 만큼 실제 권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자 팔레비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과 엑스(X)에 올린 성명과 영상 연설에서 “하메네이의 죽음으로 이슬람 공화국은 사실상 종말을 맞았고, 곧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하든 정당성과 지속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현 체제 내 후계 구도를 부정했다.
그는 군과 경찰, 보안기관을 향해 “붕괴하고 있는 정권을 지키려는 선택은 실패가 예정돼 있다”며 이탈을 촉구했다. 또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함께할 마지막 기회”라며 “이란이 자유롭고 번영하는 미래로 안정적으로 전환되도록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란 국민을 향해서도 “대대적이고 결정적인 거리의 시간이 매우 가까이 다가왔다”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그는 “우리가 단결하고 굳건히 나아간다면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고국에서 이란의 자유를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연설에서는 조로아스터교의 신 ‘아후라 마즈다’를 언급하며 민족적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레자 팔레비는 1960년 테헤란에서 태어나 1967년 왕세자로 책봉됐다. 그러나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슬람 혁명으로 부친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 체제가 붕괴하면서 미국에 체류 중이던 그는 귀국하지 못한 채 망명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이슬람 공화국 운동을 전개해 왔다.
최근 몇 년간 그는 “왕정 복고보다는 입헌군주제 여부는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며 자신을 ‘민주적 전환의 촉진자’로 규정해왔다.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일부 시위대가 왕정복고 구호를 외치면서 그의 정치적 상징성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지난달 뮌헨안보회의(MSC)에서는 “정권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의 실제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0년 넘게 이란 본토에 발을 들이지 못했고, 현재 권력 구조는 혁명수비대(IRGC)와 성직자 중심으로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당국도 하메네이 사망 이후 권력 공백은 혁명수비대나 기존 권력 엘리트 내부 인사가 메울 가능성이 크다며, 팔레비 왕조 복귀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